금융권 "가계부채 개선안, 무리한 '재탕' 대책"
금융권 "가계부채 개선안, 무리한 '재탕' 대책"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4.02.2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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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에 금융권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기존에 나왔던 대책 가운데 일부를 골라 시장 원리에 걸맞지 않는 높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정금리에 목멘 금융당국…시장원리는?"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2016년까지 30%'에서 '2017년까지 40%'로 높인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5.9%다.

하지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널리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 추세인데다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고객들의 눈은 변동금리로 쏠리는데 당국이 과도한 목표를 잡아 시장 원리를 거스를 수 있다는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상품이 5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아 영업점에서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목표만 높이면 결국 은행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 모기지 활성화로 금융사가 정부 주도 상품의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액 만기연장한 일시상환대출 등 고위험 가계대출의 BIS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소극적인 만기연장→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의 빚 상환 부담 증가→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특정 상품의 판매 중단을 강요하는 등 '팔 비틀기'식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기관별로 단순히 부채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을 쓰면 실수요자 가운데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금융당국이 변동성이 낮은 잔액코픽스 연동 대출을 고정금리로 인정하고 거치기간이 짧은 대출도 비거치식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비해 제2금융권은 개선안의 '약발'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우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상호금융업계는 1천억원의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질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업권의 한 여신업무 담당자는 "상호금융 업권의 주택담보대출이 40조원가량인 것으로 아는데 1천억원으로 큰 영향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예대율이 60% 초반이고 자금 운용에 애로가 있는 상황에서 일선 조합들이 대출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이미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장기대출 상품이 있는데다 대출 전환 차주 자격도 제한적이어서 대출구조 자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향성은 맞지만 한계 뚜렷해"

전문가들 역시 가계부채 개선의 필요성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밝혀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것은 중요한 대책"이라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16년부터 정책금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보면 고정금리대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비은행권에 취약계층 대출자가 몰려있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대출) 규모만 축소시키면 풍선효과 때문에 서민 부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액 증가율을 낮추고자 금융기관이 대출을 자제하도록 하면 피해는 저소득층에 돌아간다"며 "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떠밀린 저신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시행된 이후 비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고자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는 등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은은 경제 전체를 보면서 보편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주금공 추가 출자 등)은 신용정책이다"라며 "게다가 정부가 한은에 돈을 대라고 하는 것은 한국식 관치금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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