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유죄 확정과 관련해 최 회장이 그룹 회장직과 계열사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놓고 SK그룹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28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 형제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최 회장 형제의 계열사 등기이사 재선임의 타당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재 그룹내 직급인 회장직 외에도 상법상의 SK㈜,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SK C&C를 제외한 3개사에서는 대표이사 회장으로도 재직중이다.

이 중 SK와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로 등기이사 3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와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 임기가 내달 끝난다.

SK측은 등기이사 재선임 문제에 대해 "최 회장 형제는 물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일상적인 경영활동 외에는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태로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 회장 형제의 실형이 확정되고 주총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이상 등기이사 재선임 문제를 내부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SK는 현재 법률상 규정, 대주주 책임경영 및 주주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회장은 2012년 12월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 형제의 등기임원 거취는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계열사 대표이사직 사퇴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검찰의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되자 법률상 계열사 사업허가 취소 및 업무제한 규정 때문에 ㈜한화,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여기에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의 실형 확정 직후 최 회장이 SK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이 상정된다면 SK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에 반대하는 주주발언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최 회장 형제의 등기임원 거취 문제는 현실적으로 최 회장이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 경영에 관여하기가 불가능한 데다, 사문화된 상태이긴 하지만 유죄판결이 확정된 기업인의 등기임원 재직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4조는 횡령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취업과 해당 기업체의 사업 인·허가에도 제한을 두면서 법무부가 그의 해임(解任)이나 허가 취소를 요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사문화돼 법무부가 이런 요구를 하는 등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SK측은 단순히 법률 조항에 묶여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오너의 등기이사 선임'을 재임기간 일어난 경영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무한책임을 지는 대주주 책임경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최 회장 형제가 물러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엔 대기업 오너들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오너의 등기이사 재직 여부는 오너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사회, 회사 전체,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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