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칼 들고 여성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정신 이상인듯"

압구정 인질극 170분 만에 종료…인질범 연행 관련 이미지

서울 강남 한복판의 제과점에서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 손님을 잡고 심야 인질극을 벌이다 2시간 50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30분께부터 이튿날 0시 20분까지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의 한 제과점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50대 남성이 40대 여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남성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안쪽 구석 소파로 끌고 가 붙잡고 난동을 부렸다.

이미 머리에 난 상처로 피를 흘리던 인질범은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자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인질극 상황 발생 즉시 경찰대 위기협상연구센터 등 협상전문가 등 20명 이상을 현장에 투입해 2시간여 설득해 2일 0시 10분께 인질로 잡혔던 여성을 풀려나게 한데 이어 그러고 나서 10분후 인질범을 체포해 강남서로 연행했다.

피해 여성은 지친 표정으로 경찰의 부축을 받고 문밖을 나서면서 한차례 주저앉기도 했다.

그리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여성은 인질극 남성과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빵을 사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질극 남성이 체포된 후에도 여전히 횡설수설하고 있어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으나, 일단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는 '계속 헛것이 보인다거나 누군가 자기를 쫓아오고 있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고 확인하면서 "망상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득과정에서) 범인이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없었고 경찰은 주로 그가 하는 말을 들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치 과정을 목격한 한 남성은 "남성이 점퍼 안에서 흉기를 꺼내자 안에 있던 여성들이 소리를 질렀다"며 "경찰과 대치 중에도 남성은 흉기를 목에 댔다가 바닥에 내려놓기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현장 주변에서 상황 파악 중이던 제과점 본사 직원은 "남성이 피를 흘린 채 매장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질범은 제과점에서 식빵을 자를 때 쓰는 칼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범은 범행 전 제과점과 100m가량 떨어진 미용실을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미용실 원장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인질범이 오후 7시께 술병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들어와 '500원이라도 좋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해 112에 신고를 했다"면서 "경찰을 부르기 전에 나가라고 했더니 욕설을 하며 나갔다"고 말했다.

미용실 원장은 "허름한 옷차림에 술 냄새가 났고 당시에 흉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질극이 벌어진 제과점 주변에는 일반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경찰은 매장 입구를 막고 접근을 통제했으며 소방당국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현장에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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