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집단 학살당한 민간인 유해를 찾으려고 경남 진주에서 진행한 민간차원의 첫 발굴작업에서 최소 35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민족문제연구소, 49통일평화재단, 한국전쟁유족회 등으로 이뤄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3일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 인근 야산의 발굴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유해 발굴작업 결과를 설명했다.

지난달 24일부터 발굴조사를 벌여온 공동조사단은 이곳은 습도와 산성도가 높아 유해 보존상태가 매우 나쁜 상태의 유해 35구가 매장돼 있었다고 밝혔다.

머리뼈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지 뼈만 남아 있는 상태를 고려하면 최소 35구의 시신이 매장됐을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했다.

또 완전한 사지 뼈가 없어 키를 추정하기 어렵지만 뼈 굵기와 크기 등을 고려하면 남자 어른의 유해일 것으로 추측했다.

버클과 탄두, 탄피, 옷핀, 단추 등 모두 82점의 유품도 나왔다.

희생자들은 경찰 등이 갖고 있던 카빈총에 의해 사살됐으며, 일부는 확인사살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공동조사단은 추정했다.

공동조사단장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버클과 와이셔츠 단추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희생자들은 당시 사회적 신분이 있는 민간인으로 추정되며 주로 경찰이 사용하던 카빈총 탄두와 탄피가 발견돼 가해자는 경찰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해의 주변에서 탄피가 발견된 것은 확인 사살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당시 경찰에 예비검속됐던 민간인이 이곳으로 끌려와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조사단은 유해와 유품 상태를 분석하고 증언들을 종합한 결과 희생자들 대다수는 '진주지역 보도연맹사건 희생자'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이곳을 포함해 6·25전쟁 당시 용산리 골짜기 3곳에 걸쳐 모두 5곳에 718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마을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굴현장에선 국군방첩대와 경찰에 의해 주민 수백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단은 이번 발굴작업에서 찾은 유해를 감식하고 나서 발굴현장 인근의 컨테이너에 안치할 계획이다.

컨테이너에는 2004년 옛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에서 발굴해 그동안 경남대박물관 컨테이너에 임시안치됐다가 지난달 19일 고향으로 돌아온 진주지역 민간인 유골 163구가 안치돼 있다.

공동조사단은 앞으로 미발굴 유해가 더 있는지 확인해 추가 발굴작업 및 안치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강병현 한국전쟁 전후 진주 민간인 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정부가 저지른 일인만큼 앞으로 민간단체가 나서서 발굴하게 하지 말고 정부가 발굴, 안치, 위령 사업까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뉴스/박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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