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그래비티’는 7관왕 영예

미국에서 열리는 골든글로브는 3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골든글러브에서 수상할 경우 아카데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글러브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타는데 그쳤던 ‘노예 12년’의 손을 들었다.

▲ '노예 12년'이 제86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에 호명되자 동료 배우들이 스티븐 맥퀸 감독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노예 12년'은 작품상과 여우조연상(루피타 니옹), 각색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골든글로브의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내는 쾌거를 올렸다. 특히 흑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아카데미영화상 역사상 처음이다.

1840년대 노예로 팔린 한 흑인의 이야기를 다룬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실화를 소재로 한 '노예 12년'은 그간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다관왕에 오를 것이 유력했지만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이 3관왕을 차지하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었다.
 
이렇듯 골든글로브에서 최다 수상작으로 떠오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화제를 모았던 ‘아메리칸 허슬’은 정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관에 그치며 씁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최다 수상을 한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다. 이 영화는 감독상을 비롯해 촬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악효과상 등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남우주연상은 골든글로브에서 남·녀 주연상을 수상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에게 각각 돌아갔다.
특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남우주연상뿐 아니라 남우조연상(자레드 레토)을 수상하는 등 남자 배우상을 휩쓸며 분장상까지 총 3관왕에 올랐다.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예상대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고, 외국어영화상은 이탈리아의 중견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더 그레이트 뷰티'가 차지했다.

한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아카데미 첫 남우주연상을 노렸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애 네 번째로 수상이 좌절되며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만족해야 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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