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상대 전적 3승 1무로 격차 벌려..박주영, 손흥민 맹활약

박주영은 결국 보여줬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 찾아온 반환점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그리스전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골을 뽑아냈다. 급성장한 손흥민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박주영은 확실히 빛나는 존재였다.

▲ 6일 새벽(한국시간) 그리스와 평가전에서 박주영이 왼발 슈팅을 날리는 모습.  

6일 새벽(한국시간)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은 박주영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구자철을 처진 공격수로 기용하는 4-2-3-1 전술의 라인업을 구사했다. 이에 손흥민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에 배치됐고 기성용과 한국영이 허리를 지켰다.

수비에서는 김진수와 이용이 각각 좌우에 섰고 홍정호와 김영권이 중앙에 포진됐다. 경쟁이 예상됐던 골문은 결국 경험이 많은 정성룡이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며 그리스를 몰아 붙인 대한민국은 18분만에 선취골을 뽑아내며 기분좋은 리드를 지켜갔다. 손흥민이 보낸 패스를 박주영이 절묘한 왼발슛으로 그리스의 골망을 갈랐다. 아스날에서 경기를 갖지 못하고 임대 이적한 왓포드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준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침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골이 나오면서 그리스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승리를 위한 거센 공세를 펼친 그리스는 유효 슈팅을 퍼부었지만 번번히 골대에 맞으며 불운에 대해 탄식했다.

그리스의 반격을 막아낸 한국은 후반 10분 구자철이 패널티 지역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그는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슈팅이 어려운 각도에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클래스를 재입증했다.

이후 득점 없이 경기는 2-0으로 마무리 됐고,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던 한국은 상대 전적을 3승 1무로 벌렸다.

승리의 순간 누구보다도 기뻤을 선수는 박주영이다. 홍명보 감독이 왓포드로 이적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주영을 발탁할때도, 그리스전 선발로 기용한다는 예상에도 대부분의 이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박주영은 골로 증명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축구천재에서 유령선수로 전락할 뻔 했던 박주영을 나락에서 끌어올린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그를 선취골의 주인공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이날 최고의 활약을 보인 손흥민은 이제 대표팀의 주전 라인업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형국이다. 1골 1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최근 레버쿠젠에서 득점 포인트를 쌓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그리스전을 터닝 포인트 삼아 다시 한 번 화력을 뽐낼 기회를 찾았다.

해외파가 합류한 홍명보호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과연 순풍을 타고 멀리 뻗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 wva255b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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