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기 무상 제공, 각종 단체 후원으로 6일 무사귀환

송파구의 한 교회 신도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비용문제로 고생하던 여대생이 국내 여행사와 기업들의 후원으로 무사히 귀국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여대생의 친구나 목사 등 교회 측은 1억여원이 소요되는 귀환 경비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6일 대한항공은 체코 프라하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던 김효정 양이 현지에서 출발하는 KE936편 항공기를 타고 이날 오전 12시 30분 귀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3일 오전 김 양은 교회 신도 9명과 함께 2대의 차를 빌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가던 중 체코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후 함께 사고를 당한 4명은 치료를 받고 귀국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변변한 치료조차 받기 힘들었던 김 양은 현지에서 귀국치 못하고 잔류해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로 바쁘게 지내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김 양의 아버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고 한다. 치료비만 5천만원 이상에 달하는 김 양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를 포함해 총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은 것은 김 양의 친구이지만 딱히 돈을 마련해주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일행을 인솔한 목사를 비롯, 교회 측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였다.

김 양의 안타까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목회자들은 후원회를 조직해 모금활동에 나섰다. 이어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은 지난 4일 성금 1천만원을 전달했고 김 양이 재학 중인 서울과학기술대도 모금을 통해 1천여만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후원 소식이 이어지자 해당 교회 목사는 퇴원 직후 “교회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카드빚을 내 2천500여만원을 마련했다”며 “치료비와 이송비를 충당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라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수방관하며 눈치만 보고 있던 교회 측은 기업들의 후원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치료비를 마련했다고 밝혀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카드빚을 내 돈을 마련했다”며 “치료비가 모자라 기도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용 해명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교회에서는 책임질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이정도 성의는 보였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였다.

결국 대한항공이 직접적으로 나서 김 양의 귀국이 결정됐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권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좌석 6개를 들어내 침대를 설치하고 현지 의료진 2명을 동반해 김 양을 돌봤다.

한편, 외교부는 긴급 구난비 명목으로 200여만원을 전달했고 김 양이 졸업한 고교 동문들도 모금 활동에 나서는 등 각계 각층에서 구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헌금과 각종 성금을 낼 때만 교인으로 인정하는 일부 교회의 물질 만능주의가 김 양의 사고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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