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나 모피아 출신 선호…교수 출신도 37%

올해 금융권에서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들도 10명 중 3명이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들은 전화가 오면 임원들이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금융감독원이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호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올린 상장 금융회사는 금융지주(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모두 25곳으로 46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이들 금융회사가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은 전체의 30.4%인 14명이다.

출신별로 보면 금감원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모피아 3명, 국세청 2명, 법조인 2명, 감사원 1명, 국정원 1명, 기타 행정관료 1명 등이다. 특히 금융회사 업무특성상 금감원 출신 신규 사외이사가 많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금감원 출신이다. 전광수 전 금융감독국장, 이명수 전 기업공시국 팀장이다. 다른 1명은 국세청 출신인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다.

삼성카드는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 롯데손해보험은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각각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또 은행과 증권사 출신이 각각 3명, 예금보험공사 2명, 기업 2명, 언론 2명, 금융연구원 1명, 보험사 1명, 기타 공기업 1명 등이다.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역시 교수 출신이다. 전체의 37.0%인 17명에 달했다.

KB금융지주가 새로 3명의 사외이사를 뽑는데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등 모두 현직 교수다.

우리금융지주가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 중에도 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 2명이 교수다.

신한금융지주는 2명 중 1명, 하나금융지주는 4명 중 1명이 교수다.

증권사 중에는 동부증권이 2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교수로 선임한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학장, 장범식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으로 교수가 대상이다.

또 HMC투자증권의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SK증권의 최영수 한국외대 수학과 교수, 삼성증권의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KTB투자증권의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다.

LIG손해보험의 이봉주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동양생명의 유지수 국민대 총장, 삼성생명의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도 신규 선임 사외이사다.

금융회사들이 비판이 계속되자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고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교수들이 낙하산을 타고 사외이사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 교수들이 본업인 학문 연구보다 정치권 연줄 대기에 급급하다고 우려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교수가 권력기관 출신보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출신도 봐야 하지만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분들은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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