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년간 금리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준(準)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4~5월중 나온다.

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는 만큼 변동금리 대출보다 최초금리가 다소 높되 기존의 고정금리 대출보다는 낮은 연 4% 안팎으로 책정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주요 은행, 상호금융사, 보험사와 회의를 열어 이런 구조의 준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협의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이달 중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 1~2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상품이 나오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준고정금리 상품은 최초 대출금리 대비 금리 상승폭을 제한한다. 상승 제한폭(금리 캡)은 대출 만기에 따라 1.5~3.0%포인트가 유력하다.

이 과장은 "만기가 짧을수록 캡이 작아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5년 만기는 1.5%포인트, 10~15년 만기는 3.0%포인트 같은 방식으로 금리 상승폭이 제한된다.

대출 시점으로부터 5년 안에 실세 금리가 1.5% 넘게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자와 비교해 이득을 보는 셈이다.

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는 만큼 대출 최초금리는 현행 변동금리 대출보다 높게 책정된다.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지수) 기준 변동금리 대출과 순수 고정금리 대출의 중간쯤인 4% 안팎에서 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준고정금리 상품 출시가 먼저 가시화했다. 국민·농협·외환·우리은행도 상품 설계에 착수했다.

서현주 신한은행 마케팅지원 부행장은 "4월까지 상품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며 "최초금리는 고정금리 대출의 최저금리(4.4%대)보다 한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종규 하나은행 리테일사업부 팀장은 "기존 '금리상한부 대출'에 비해 금리 상승의 여지를 어느 정도 두는 만큼 최초금리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늘린 상호금융사와 보험사도 은행에 이어 준고정금리 대출을 출시하도록 주문했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은행들과 시기를 맞춰 5~7년 만기의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내놓을 방침이다.

주금공의 5년제와 7년제 순수 고정금리 대출금리는 4% 초중반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에 따라 장기적으로 금리가 상승, 변동금리 대출의 위험이 커질 것에 대비해 고정금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7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3.59~3.96%에서 올해 2월 3.61~4.00%로 은행에 따라 최대 0.11%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준고정금리 대출과 주금공이 내놓는 5~7년 고정금리 대출의 '고정금리 목표치' 인정 비율을 늘려줄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의도대로 준고정금리 대출과 주금공의 단기 고정금리 대출이 얼마나 공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성패의 관건인 대출 최초금리를 가급적 낮추도록 주문하지만, 은행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역마진 우려와 헤지(위험회피)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당장 변동금리를 유리하게 보는 소비자로선 금리 상승까지 예상해 미리 고정금리로 받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황은섭 농협은행 여신정책부장은 "은행 입장에선 준고정금리를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으로 볼 경우 창구 직원의 판매자격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