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인 더 카(in the car)'

아이폰과 차량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연동하는 애플의 차세대 자동차용 운영체제(OS)를 일컫는 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아이폰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카플레이'를 최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차량 인터페이스와 애플의 음성 인식기능 '시리(Siri)'를 응용하면 차를 운전하면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카플레이 소프트웨어를 제어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애플은 이를 '핸즈프리(hands-free)'에서 진화한 '아이즈프리(eyes-free)'로 명명했다.

스마트카 시장에는 구글도 뛰어들었다. 구글은 올해 1월 현대자동차와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그래픽 업체인 엔비디아와 함께 '열린자동차연합(Open Automotive Alliance)'을 구성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카'를 합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에서는 차량용 블랙박스에 차세대 컴퓨터 기억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탑재하는 과제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달리 낸드플래시를 쓰는 저장장치로 훨씬 안정적이고 처리 속도도 빠르다.

"오토모티브 HMI(Human Machine Interface)는 SSD와 D램에 모두 가능성을 주는 기회"라고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운전자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각종 인터페이스에는 IT와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냉각수 경고등부터 속도계,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블랙박스까지 차량용 전장(電裝) 제품은 전자업체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다 주고 있다.

◇ 전자쇼의 자동차 부스 '선택 아닌 필수'

올해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서 삼성전자는 BMW, 자전거 제조사 트렉(Trek)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연회를 열었다.

'입는 스마트 기기'로 불리는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 첫 작품인 갤럭시 기어의 리모트 애플리케이션이 보여준 새로운 세계가 시연회의 주제였다.

그리고 그 세계는 BMW 전기차 i3를 통해 구현됐다. i3의 배터리 잔량, 충전 소요 시간, 도어 개폐 여부, 운행기록 등 차량 상태가 기어에 뜨고 음성 인식기능 'S보이스'로 단말에 저장된 주소를 내비게이션으로 보냈다. 차량 내 온도까지 갤럭시 기어가 제어했다.

CES에서 도요타는 무인주행 자동차를 선보였고 BMW는 자동주행쇼를 열었다.

올해 CES에는 아우디, BMW, 크라이슬러, 포드, GM, 마쓰다,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9개 업체가 참여해 완성차 메이커 최다 참가 기록을 세웠다. 국내 차업계에서는 기아자동차가 동참했다.

반대로 이달 열린 제네바모터쇼에는 애플이 나섰다. 국내 전자업체들도 모터쇼 '출전'을 검토하고 있다. 모터쇼의 IT 부스, 전자쇼의 자동차 부스가 그저 '옵서버'로 치부되던 때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T 전자업체의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엔진 출력, 반도체 미세공정 등 각자 전통 영역만 놓고 경쟁하던 구도가 아니다. 애플-현대차, 삼성전자-도요타가 직접 경쟁자가 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를 넘어'

LG전자의 5개 사업부 중에는 VC(Vehicle Components) 사업부가 있다. 차량에 채워넣을 구성품을 연구개발(R&D)하는 부서다.

주력은 인비이클인포테인먼트(IVI·In Vehicle Infortainment). 이 회사 인천캠퍼스에는 800여명의 R&D 인력이 차량에 들어갈 '신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IT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블루링크'와 '유보'라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해왔다.

국내에선 NHN과 2011년 차세대 차량용 IT·텔레매틱스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이버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공동 기획·개발하자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는 구글과 협력함으로써 차세대 차량용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구글맵의 데이터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블루링크 글래스웨어'를 개발하기로 하고 이와 연계할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에서도 차량 제품에 접근하고 있다. S-플라즈마 이온 기술을 이용해 공기 중의 유해한 활성 산소를 중화하고 바이러스를 잡는 공기정화시스템이 벤츠·르노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 '배터리 전쟁' 전방위로 전선 확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정통 전자업체들만의 경연장이 아니다.

배터리 부문에선 LG화학이 앞서 나갔다. 일찌감치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의 잠재성을 인지하고 2000년부터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설립하는 등 R&D에 시동을 걸었다.

LG화학은 2004년 GM, 포드, 크라이슬러 컨소시엄으로부터 460만 달러의 배터리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서서히 성과를 냈다.

지난해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LG화학은 연간 전기차 2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양산능력을 갖췄으며, GM·포드·르노·볼보 등 10개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삼성에서는 2차전지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SDI가 자동차 배터리 각축전에 나섰다.

삼성SDI는 최근 중국 산시성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산시성 정부, 현지 부품업체와 3각 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시안 반도체 공장 인근에 들어설 배터리 생산 전초기지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재기'를 꿈꾸는 부문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의 핫이슈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5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할 계획이다.

외신에서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S의 배터리 공급업체인 일본 전자회사 파나소닉이 기가팩토리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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