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 전북서 공천 막후?

▲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야권 연대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앞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정세균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까지 야권 연대 협상을 벌였지만 경기도지사 경선 방식을 두고 국민참여당이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정 대표는 또 시간적으로 전국적 연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각 시도당이 기존에 합의한 연대는 존중하고 앞으로도 시도별 연대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라북도 정가가 시끌시끌하다. 민주당 집안싸움 때문이다.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은 후보 간 자격 시비로 파국이 불가피해졌고, 전주시장 등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 문제를 놓고도 정세균 대표와 '지역 맹주'인 정동영 의원 간 충돌로 치닫는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경선 일정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당장 '텃밭'에서도 교통정리를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우선 김완주 현 지사와 정균환·유종일 예비후보가 뛰어든 전북지사 경선은 김 지사의 재임 기간 업무추진비 불법 사용 의혹으로 경선 및 후보등록 일정이 두 차례나 연기되는 파행을 겪었다.

김 지사는 다른 광역단체장 11명과 함께 지난 3월 3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의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당했다. 대검은 해당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내려 보냈고, 전주지방검찰청도 김 지사에 대해 담당검사를 배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전공노가 밝힌 전북도의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보면, 김 지사는 비용 일부를 국회 상임위원장 등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뇌물 공여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물론 업무추진비 사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고발된 내용도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검찰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선거를 앞둔 김 지사에겐 '악재'일 뿐이다.

경쟁후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정·유 후보는 즉각 중앙당에 김 지사의 후보 자격 재심을 요구한 채 경선 참여 서약서의 서명을 미뤘다. 지난 4월 7일엔 두 후보가 직접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 지사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때문에 당초 4월 11일 열릴 예정이던 전북 경선은 18일로 일주일가량 늦춰졌고, 경선 후보 등록도 지난 9일로 연장됐다. 그러나 두 후보는 결국 이날까지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당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를 사실상 기각해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후보 자격 재심은 당사자의 억울함을 풀자는 것이지 다른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게 아니다"며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금품을 건넨 행위는) 부하 직원들의 책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북지사 경선을 둘러싼 당내 진통이 유독 극심한 데는 정 대표와 정 의원 간 갈등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김 지사를, 정 의원은 유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치적 자산도 없던 유 후보가 느닷없이 경선전에 뛰어든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측은 서서히 동력을 잃고 있다. 정 의원에게 유 후보 지지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경선 흐름 자체가 김 지사의 일방독주로 진행되는 탓이다.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 의원이 특정인을 지원했다가 김 지사에게 완패라도 당하면, 정 의원이 입는 정치적 상처는 이만저만한 게 아닐 것"이라며 "현 판세에서 가장 현명한 것은 '엄정 중립'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분명한 건 "정 의원이 김 지사 편은 아니다"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 3월 21일 유·정 두 후보의 사무실을 각각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 입에서 이들에 대한 명시적 지지 발언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지만, 누가 됐든 '정 대표 쪽 사람'인 김 지사만 꺾어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었겠냐는 게 지역정가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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