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6.4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때문에 애를 끓이고 있다.

민주당과 야권 통합신당 창당 절차에 들어간 안 의원은 어떻게든 오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안 의원이 직접 영입한 오 전 장관을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워 새누리당과 '결전'을 벌인다는 시나리오이다.

부산 출신인 안 의원은 애초부터 부산을 지방선거의 주요 승부처로 꼽았다.

지역 지지도가 높은 오 전 장관이 통합신당의 간판으로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뜨림으로써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뿐더러, 안 의원의 통합신당 내부 입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오 전 장관이 당선에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어낸다면 그 또한 정치적 성과라는게 안 의원측의 판단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오늘(10일) "부산에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서 오 전 시장을 당선시킨다면 그것도 안 의원의 정치적 승리일 것이고, 승리가 아니라 의미있는 성적표를 내는 것도 나름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애초에는 오 전 장관이 통합신당에 몸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안 의원이 지난 3일 오 전 장관을 직접 만나 신당 합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5일 오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오 전 장관은 내주초 부산시장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데 통합신당으로 가겠다는 어떠한 신호도 아직 주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신당이 '안철수 신당'이 아니라 '도로 민주당'일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오 전 장관이 섣불리 한 배에 올라탈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오 전 장관측 관계자는 "시민사회 여론이나 주변에서 '정당 틀에 갇히지 말고 무소속으로 시민 후보로 나와 지역구도의 벽을 깨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신당이 창당하면서 부산에서 '안철수 신당'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도로 민주당 소리를 듣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결국은 지역구도에 갇힌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도 오 전 장관의 무소속 고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6∼8일 만 19세 이상 부산시민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7%)에서 오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나올 때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합신당 후보로 나오면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인 서병수 의원과의 격차가 4%포인트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장관 측은 그러나 "야권 단일화를 통한 지역구도의 틀을 깨야 한다는 큰 뜻에는 안 의원과 합의한다"며 "방법론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도 유의미한 만남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안 의원측과의 '교감의 공간'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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