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 최호상  경제학박사는  이슈와 논점 제58호 에서 "초대형 은행 출범 논의의 평가와 향후 과제" 를 발간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1. 들어가며

국내 은행산업의 새로운 구조재편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이 논의는 이른바 초대형 은행(mega bank)의 설립을 통해 국내 은행의 글로벌화와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최근 초대형 은행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산업은행의 민영화, 외환은행의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 발표한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에 의하면, 향후 은행산업은 1~2개 글로벌 지향 대형은행, 3~4개 국내시장 중심의 중형은행, 다수의 지역은행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은행 간 합병을 통해 아시아의 대표적인 우량은행으로 발돋움시킨 다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게 하는 전략 방안을 밝히고 있다.

최근 초대형 은행 논의 이전부터 국내 은행산업은 은행 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가 진행되었다. 2001년 이후 국민·주택 은행 합병과 우리금융지주회사 출범, 신한·조흥 은행 합병으로 국민, 신한, 우리 은행은 2008년 기준 자산규모가 200조 원을 상회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근접하고 있다. 2008년 국내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의 은행계정 자산(평균잔액 기준)은 1,110.3조 원으로, 은행 대형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0년(495.4조 원)에 비해 2.2배나 증가하였다.


최호상*
그러나 대형화된 국내 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화나 경쟁력 등에서 주요 선진국 은행에 비해 열위에 놓여 있으며, 외화 유동성 문제, 수익창출 능력 저하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및 은행업 자체의 성장동력 산업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일부 은행의 민영화 등에 따른 구조재편의 필요성에 의해 부각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주요국 은행산업에 비해 해외시장에서의 낮은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편으로 초대형 은행 설립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초대형 은행 출범이 은행 산업에 미치는 기대효과와 함께 그것이 초래하는 리스크 요인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은행산업의 정책방향, 특히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형화를 계속하는 것이 은행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인지 여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2. 초대형 은행 출범의 기대효과

은행의 대형화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는 첫째, 규모의 경제 및 중복 설비의 감축 등을 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합병 이전에 두 개의 은행이 최적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융서비스 제공 등이 가능할 경우,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생산단위당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전통적인 자금중개업무, 정보화 투자, 새로운 상품의 개발 등에 대규모 고정비용이 소요되므로, 규모가 클수록 비용절감이 가능하게 되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 이처럼 은행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해외자본에 대응한 경쟁력 있는 리딩뱅크의 출현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은행의 대형화는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영업기반 확대를 통해 영업기반의 지역적 분산으로 업무영역의 다각화 등을 효과적으로 영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대형화된 독과점 은행 구조 하에서는 수익성이 낮거나 투자위험이 높은 기업의 대출을 줄이는데 비교우위를 지니게 된다. 즉, 독과점 은행은 대출심사를 철저하게 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초대형 은행의 리스크 요인

소수 대형은행의 출범은 집중도 심화와 사회적·경제적 비용 발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시장진입이 활발하지 않은 국내 은행시장에서 우월한 시장지배적 은행의 출현은 담합, 시장지배력 행사 등으로 자금중개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또한 초대형 은행의 출범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문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부 국가의 사례와 같이, 소수 대형화된 은행의 파산은 예금자 및 채무자 다수의 자금흐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금융시스템 전반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초대형 은행의 리스크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집중도 상승과 경쟁도 저하

은행 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이루어질 경우, 국내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상승하면서 독과점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심사하는 지표인 HHI(Herfindahl-Hirschman Index)는 2008년 일반은행 기준 총자산, 예수금, 대출금이 각각 1,621.3, 1,699.8, 1,746.6을 나타내, 현재까지 국내 은행 시장은 ‘다소 집중’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우리·하나 은행, 국민·외환 은행 간 합병이 이루어져, 일반은행의 총자산, 예수금, 대출금 기준 HHI가 각각 2,538.8, 2,707.2, 2,690.1로 크게 상승하면, 국내 은행 시장은 ‘매우 집중’ 형태로 전환되면서, 독과점 구조에 이르게 된다.

HHI와 함께 국내 시장의 경쟁 제한 여부를판단하는 CR(Concentration Ratio, 시장집중도)의 경우에도, 상위 3대 은행의 총자산 시장점유율(CR3)은 2008년 62.9%를 나타내고 있으나, 우리·하나 은행, 국민·외환 은행 간 합병 이후 3대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83.8%로,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게 된다. 예수금과 대출금의 상위 3대 은행 시장점유율 도 합병 이후 80%를 넘어서게 되므로, 합병 승인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구분

총자산

예수금

대출금

합병

이전

합병 이후

합병 이전

합병 이후

합병 이전

합병 이후

HHI

1,621.3

2,538.8

1,699.8

2,707.2

1,746.6

2,690.1

CR3

(%)

62.9

83.8

64.5

86.1

66.5

86.3


주: 1) 합병 이전은 2008년 기준

2) 합병 이후는 우리ㆍ하나, 국민ㆍ외환 은행간 합병을 가정하여 계산

(2) 시스템 리스크

향후 은행 간 합병으로 초대형 은행의 출범이 이루어질 경우, 금융 산업의 시스템 리스크가 확대됨으로써 금융 부문의 안정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 소수 대형은행의 부실로 인한 문제, 거래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리스크의 측정과 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점도 초대형 은행의 불안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즉, 업무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내부적인 통제가 어려워지고, 감독기관과 시장에 의한 외부감시도 용이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또한 초대형 은행의 출범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정책의 유인을 강화시킬 수 있다. 대마불사 정책은 대형 은행의 파산에 따른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정책당국이 은행의 파산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와 같이, 초대형 은행의 파산이 일으키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비용은 막대하다. 이는 예금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예금자 및 채권자의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지급결제시스템의 혼란과 신용경색 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저하로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할 경우, 위기상황이 여타 은행 등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대형은행 파산에 따른 비용이 대형은행의 파산을 막는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작을 경우 대마불사 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으나, 대마불사 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나 불공정 경쟁 등으로 인한 비용은 추산이 곤란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대마불사 정책은 대형은행과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여 금융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대마불사 정책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형성될 경우, 불공정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규율이 약화될 수 있다. 예금자들이 대마불사 정책의 대상이 되는 대형은행을 선호함에 따라 중소형 은행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으며, 은행의 건전성과 경영 상태에 대한 예금자나 투자자의 모니터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초대형 은행들도 대마불사 정책을 근거로 위험 선호 경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은행 경영진에게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통해 이익과 그에 따른 보상을 늘리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초대형 은행에 대한 대마불사 정책의 가능성이 높을수록 은행의 규모가 커지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성향도 높아지게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주요국 대형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은행에 대한 대마불사 유인 정책 억제 등을 위해 은행의 대형화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 시사점과 향후 과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집중도 지표로 본 국내 은행산업은 아직까지 독과점 수준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형은행 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HHI나 CR 등에서 모두 경쟁제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원에서 초대형 은행 출범의 논의 과정에서는 은행산업의 집중도 심화에 따른 경제적 폐해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북유럽 등 해외 사례로 보면, 대형은행의 파산이나 부실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부실은행의 정상화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은행 출범 이후 긍정적인 효과는 은행산업의 산출 단위당 생산비용 하락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합병에 따른 은행의 비용 효율성 개선이 시장의 지배력 증대와 집중도 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 불투명하다면, 대형은행 간 추가적 합병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또한 초대형 은행 출범에 따른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초대형 은행이 국내 시장 위주로 안주할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글로벌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크관리 능력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형 은행의 해외진출은 외화관리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초대형 은행 출범 논의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경제적 편익과 비용의 선별이라 할 수 있다. 은행산업의 합병 정책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규제에 의한 안정성 확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예외적인 합병 조항의 경우에도 반경쟁적 영향과 공공이익 간 차이를 비교하여 합병승인 여부를 엄격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초대형 은행 탄생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건전성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은행 대형화에 수반되는 위험 요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독 당국과 은행의 전문적인 관리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감독 당국은 은행에 대한 리스크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전에 은행 부실화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초대형 은행 출범 논의와는 별도로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양성과 수익창출력 제고 등 내부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사관리체계의 선진화와 함께 고령화 등에 따른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