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존폐 기로"민주 당명"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오는 16일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통합신당의 명칭을 결정키로 해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전면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양측은 12일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당명 공모 페이지'(http://goo.gl/3sr8cu)를 통해 통합신당 당명을 접수한다고 11일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를 위한 통합신당의 참뜻을 잘 담았는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성이 있는가, 부르기 쉽고 참신한가 등이 선정 기준"이라면서 "기존 정당 명칭과는 구분되는 명칭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모 기준에서 '기존 정당과의 구분'을 명시한데 대해 통합신당이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것을 우려, 당명에서 '민주'라는 표현을 빼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민주'라는 말이 빠진 '새정치미래연합' 등의 이름을 유력하게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될 경우 1997년 11월 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합당한 지 17년만에 정당명칭에서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사라지게 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9월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2년 뒤 남은 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통합하면서 2000년 1월 새정치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확대개편될 때까지는 2년 넘게 한국 정당의 당명에서 '민주당 공백'이 있었다.

더욱이 주요 정당의 이름에서 '민주'라는 말이 빠지게 되는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7년 10월부터 2000년 1월까지 '민주당'은 없었지만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당명에 '민주'라는 말을 넣어 사용해 '민주의 명맥'을 이어갔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정말로 당명에서 배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굉장히 자랑스러운 것"이라면서 "60년 전 이승만 독재정권 때 민치와 서민경제, 평화통일의 기치를 들고 민주당이 출범했는데 이런 좋은 이름을 우리가 부끄럽게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 당명 선정 과정에서 일반 국민 공모뿐 아니라 전문가 제안을 함께 받기로 한 것도 '민주'를 둘러싼 명칭 논란에 대해 전문가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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