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116개 상장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린 14일 대다수 주총이 큰 잡음 없이 속전속결로 끝났다.

재벌그룹 중에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년 임기의 등기이사에 다시 올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가 오너 일가에선 유일하게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일부 상장사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을 줄줄이 선임해 논란이 일었고 일부 상장사 주총장에선 '쥐꼬리' 배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주가 하락에 항의하는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주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77곳과 코스닥 상장사 363곳, 코넥스 상장사 4곳 등 총 744곳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특히 오는 21일에는 현대중공업 등 662개사가 주총을 열 예정이어서 14일에 이어 올해 제2의 '슈퍼 주총데이'가 열릴 예정이다.

◇ 삼성그룹 계열사 소액주주들 "배당 올려달라" 요구

이날 대다수 상장사 주총은 큰 마찰 없이 1시간 내에 끝났으나 일부 상장사는 현장을 찾은 소액주주들의 배당 인상 요구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삼성전자 주총장에선 주주 배당금이 적다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장직을 수행한 권오현 부회장은 이익 증가 대비 배당금이 적다는 한 소액주주 지적에 대해 "정보기술(IT)산업 속성상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기업 인수·합병(M&A) 기회도 봐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장기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현금 흐름과 주가를 생각해 배당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총은 소액주주와의 신경전에도 40여분 만에 끝났다.

같은 시간 서울 역삼동 삼성SDS 멀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SDS 주총장에서도 배당관련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소액주주는 "7년째 주당 배당금이 250원이다. 매출과 이익은 매년 늘어나는데 배당은 250원씩만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배당에 쓰는 것보다 공격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게 낫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응수했다.

삼성SDS 주주들은 배당금을 1천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결국 부결됐다.

삼성생명 주총도 상장 공모가 11만원을 밑도는 주가와 배당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1시간 40여 분만에야 끝났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주총장에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포스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이날 주총장을 찾아 임원 보수한도(70억원) 승인 안건의 철회와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약 15분간 의사 발언을 해 안건 통과가 늦어졌다.

대신증권 정기 주총에서도 53년 만에 설립된 노동조합이 배당과 이사보수 한도, 부동산 취득 등 경영 문제를 추궁해 안건 통과가 지연되는 진통을 겪었다.

예년 주총은 20∼30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지만, 이날은 1시간 40분가량 이어졌다.

◇ 재벌기업·금융기관들,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무더기 영입

일부 상장사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논란이 됐다.

현대해상의 주총에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김호영 전 현대해상 부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몽윤 회장과 다수 기관투자가가 찬성표를 던져 안건은 원안 대로 통과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날 주총에서도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이 대거 선임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금융감독원 전현직 고위간부들의 사외이사 재취업을 강하게 비난하며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롯데손해보험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 원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승인한 것을 비롯해 ▲ 동부화재(국방부 차관 출신 이수휴 전 보험감독원장·박상용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LIG손해보험(강성태 전 국세청 관리관·이봉주 한국보험학회장) ▲ 삼성생명(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 코리안리(강영기 전 지식경제부 연구개발 전략기획실장·장병구 전 수협은행장) ▲ 삼성전기(권태균 전 조달청장) ▲ 삼성카드(양성용 전금감원 부원장보) ▲ 현대모비스(이태운 전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 대신증권(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 HMC투자증권(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등도 이날 주총에서 장·차관 등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 정몽구 회장 부자·이부진 대표 등 등기이사 재선임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로써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앞으로 3년간 각각 회장직과 부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정 부회장은 여전히 사내이사에 올라 있어 그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재벌 총수 일가 중에서 드물게 호텔신라 정기 주총장에서 2012년부터 3년째 의장 역할을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시장은 삼성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LG전자도 구본준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삼성전자는 또 등기이사 보수한도를 4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억원을 늘리는 안건을 승인해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의 이사 보수 한도액은 지난해와 같은 150억원으로 확정됐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