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외교강국으로 가기위해

국회입법조사처 심지연 처장은 최근 주요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외교관 충원제도와 관련하여 ‘선진 외교강국을 지향하는 외교관충원제도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선진 외교강국으로 가기위해서는 현재의 외무고시제도는 대폭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현재의 외무고시제도는 ‘엘리트 의식’과 ‘외교관 순혈주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원과정에서 필기시험의 비중을 낮추고 외교관으로서의 기능·지역 전문성과 자질 및 태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엄정한 검증체계와 교육·훈련과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채용이후에도 능력평가에 따라 승진하고 정년의 보장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 같은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강화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외교전문 인력이 양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대해 국회입법 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 유웅조는 이슈와논점 제60호에 다음과 같이 "선진 외교강국으로 가기위해 우리나라 외무고시제도의 대폭적인 개선 필요"하다고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사회의 주요한 행위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에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 되었고, 올해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를, 또한 2012년에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국제무대에서 한층 격상된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로 위상이 한층 제고되어 그 역할과 책임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외교자원은 질적ㆍ양적 측면에서 매우 한정되어 있는 것이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이 맥락에서 외교인력의 확대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교관 충원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기존의 외무고시 제도를 보완하는 충원제도를 도입하여 외교관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려 했으나, 아직까지 그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말에 개혁적인 안으로 제시된 ‘외교아카데미’ 설립안도 애초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 동안 외무고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주요 제도를 간략히 정리하고, 주요국의 외교관 충원제도와 비교하여 우리나라 외교관 충원제도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향후 발전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외교관 충원방식의 다변화현황

우선 우리나라는 외교관 충원방식의 다변화를 위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는데, 그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2004년에 실무차원의 다양한 우수인력 충원을 위한 특별채용제도를 도입하여, 언어, 지역협력, 다자협력, 교육, 영사, 인사조직, 공보, 회계, 경제통상, 법률 등의 분야의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외교관 충원에 있어서 극히 소수 인원에 불과하다.

둘째, 지난 2006년에는 주재관 제도를 개편하여 외교통상부뿐만 아니라 행정부 전 부처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주재관 직위공모를 실시하여 최적임자를 선발하여 해외 주요공관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2007년 11월 개정된 외무공무원법의 발효에 따라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 소속이 아닌 전 부처 고위공무원 중에서 외무업무 적임자를 선발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제1단계

지원서 제출(연 3회)

제2단계

필기시험

(객관식 및 에세이 작성, 3시간 소요)

제3단계

서류전형

(지원서, 추가제출 자료, 시험결과 등 참고)

제4단계

심층면접

(업무처리 능력평가)

제5단계

병력검토(medical clearance)

제6단계

신원조회(security clearance)

제7단계

최종 적합성 검토

제8단계

교육 및 훈련
넷째, 2009년 9월에 외교통상부는 ‘외교아카데미 설립을 통한 외교관 충원 및 외교역량 강화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외교인력 충원방식을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이 안에 따르면 기존에 외무고시를 통해 충원하던 인력의 50%를 ‘외교아카데미’에서의 교육과 평가를 통해 충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에 원래 취지와 달리 면접시험만을 강화한 외무고시제도를 통해 외교관 전원을 선발하고 ‘외교아카데미’는 이들의 교육 및 훈련기관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도입한 다양한 외교관 충원방식에도 불구하고 외무고시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적인 외교관 충원제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 외교관 충원제도의 문제점과 선진외교강국을 지향하는 제도 개선방향

이제 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에 외교관 충원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그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그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전문 분야별 외교관 충원

외교관의 전문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기능상의 전문성이며, 둘째는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다. 우선 기능상의 전문성은 업무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의미하는데 현재 외무고시제도는 이 같은 기능상의 전문성을 평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이후에도 해당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는 외교관으로 채용되기 위해서 응시자가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 외교관 충원은 업무영역별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분야는 영사분야(consular), 경제분야(economic), 경영분야(management), 정치분야(political), 공공외교분야(public diplomacy) 등이다.

이 같은 구분에 따라 응시자가 원하는 분야를 결정하며, 이 결정에 따라 [표 1]의 충원절차를 밟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충원절차를 마치고 난 이후에 선택된 분야의 업무를 보게 되며, 이후 동 분야에서 외교관 경력을 쌓게 된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경우도 국내․외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할 인력, 정치 및 경제, 그리고 법률 등의 분야에서 외교문제에 대한 분석과 정책개발을 위한 인력,그리고 외교관련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가족이나 양성평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인력으로 구분하여 충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같은 기능상의 구분에 따라 외교관을 충원하고 채용이후에도 제도적으로 그 분야에서 외교관으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한편 지역에 대한 전문성인데,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경우는 동일한 지원자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자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여 외교관으로의 충원이 좀 더 용이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 비추어 영어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언어 평가체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채용과정에서 개별 지역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활동 경험에 대해서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청년봉사단 프로그램’ 등은 외교관을 충원할 때 주요한 인력자원의 풀(pool)이 될 수 있는바, 이 프로그램을 외교관 충원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부시 행정부 시기에는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는 주이라크 미대사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과 현재 주한 미 대사인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는 과거에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2) 외교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ㆍ평가시스템 강화

외교관의 경우는 다른 공적 업무와 달리 전 세계 어느 지역에 가서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같은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서 뛰어난 적응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국익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교관 충원과정에서는 이 같은 능력과 태도를 평가하는 장치가 미흡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필기시험을 중시하는 현행제도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필기시험은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검토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며 일정 점수를 초과할 경우에는 누구나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등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해 외교관으로서의 능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도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철저한 면접절차와 3년간의 ‘해외 근무능력 개발프로그램’(Foreign Service Development Program, FSDP)이라는 교육 및 훈련과정(수업과 현장실습으로 구성)을 밟도록 하여 이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 못할 경우 외교관으로 충원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현행 제도처럼 단순한 지적 능력의 평가보다는 외교관으로서의 실용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검증․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정년보장을 위한 단계별 평가제도 도입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단 외교관으로 채용되면 정년이 보장되는 체계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 외교관이 실제 외교활동에서 부적합한 측면이 생기더라도 외교관직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특별한 제약이 없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는 외교관으로 채용되고 나서 3년 내지 5년 후에 해당 외교관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과해야만 정년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이 같은 제도는 당사자에게는 외교관으로 서 자신의 적합성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철저한 인력관리를 통해 자국의 외교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교관으로 채용되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엄정한 정기평가를 실시하여 정년 보장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경력과 능력의 철저한 평가에 의한 직위 승진

현행 우리나라의 외교관 충원은 외무고시를 통과하면 5급 직위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이 같은 제도는 주요국의 사례에 비추어 극히 드문 제도이다. 가령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의 외교관 충원제도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하위직으로 시작해서 경력과 능력에 따라 직위가 상승하도록 되어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외무고시 제도는 훌륭한 인재를 충원하기 위한 좋은 방안 중의 하나이나, 이 같은 제도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외교관을 충원하는 데 적합한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외무고시를 통해 형성되는 ‘기수’라든가 ‘엘리트의식’, 그리고 ‘외교관 순혈주의’ 등은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외교활동에 비효율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5) 선진외교강국을 지향하는 외교 전문인력의 확충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인력은 총 2,1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주요선진국에 비해 적은 숫자이다. 가령 미국의 경우는 10,0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영국이나 프랑스는 약 6,000명 가량, 그리고 일본의 경우도 약 5,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국가별 적정 외교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비교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우리나라의 외교인력 규모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점에 비추어 우리나라 외교관 충원규모를 좀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외교관 충원제도를 도입하여 양질의 외교관을 충원한다 하더라도 과중한 업무가 부여될 경우에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때 고려할 점은 외교인력의 단순한 양적 증대가 아니라 외교관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현재 외교인력 충원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바, 이를 개선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외교인력을 확충하여 국제사회의 주요한 행위자로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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