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쏘나타의 출시 계획을 발표한 지 약 2주일 만에 애초 홍보했던 연비를 수정했다.

자체 측정한 연비보다 정부 사전 인증검증 연비가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연비 '뻥튀기'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대차의 기민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 당국과 자동차업계의 연비 측정 및 검증 과정을 되짚어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현대차는 이달 4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어 신형 쏘나타를 공개했다.

당시 현대차는 "지난 30여 년간 7세대 모델을 거치며 축적한 기술과 역량을 신형 쏘나타에 모두 집약했다"고 소개했다.

안전성을 강화한 탓에 차체 무게가 1천460㎏으로 YF 쏘나타보다 45㎏ 늘어났지만 엔진과 주행 효율성을 강화해 연비는 12.6㎞/ℓ로 YF 쏘나타(11.9㎞/ℓ)보다 좋아졌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17일 신형 쏘나타의 연비를 12.1㎞/ℓ로 수정, 발표했다. 정부 공인기관의 측정치가 자사 측정치보다 낮게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언론에 사과문까지 돌리면서 진화에 나섰다. 현대차의 연비 수정과 사과에도 소비자들은 이번 일로 완성차 업체들의 연비 부풀리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 당국이 그동안 자동차 연비에 관해 사전, 사후 검증을 제대로 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모아진다.

현행 규정상 완성차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연비를 측정해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불신이 제기되자 정부는 작년 4월 연비관리 개선을 위한 사전 검증제도를 내놨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신차의 출시 전에 연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측정치와 업체의 신고 수치가 3% 넘게 차이가 나면 자진해서 바로잡도록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자동차업체의 자체 검증과 발표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 신형 쏘나타 연비는 사전 검증제도를 적용한 첫 시정 사례"라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앞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측은 "미인증된 수치를 이용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해명했다.

신차 출시 이후에는 산업부와 국토교통부가 연비를 검증하고 있다. 사전 검증과 달리 사후 검증에서는 연비 오차가 5%를 초과하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의 표시 연비에 대해 실제 연비와 다르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해외에서는 소비자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신형 쏘나타의 연비 수정을 둘러싸고 정부 당국이 사전검증 제도를 적용해 업체가 제시한 연비를 시정한 첫 '성과'라고 강조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 이전까지는 정부 당국이 사전 혹은 사후라도 제대로 된 연비 검증을 했었는지 소비자들로서는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현대차의 싼타페DM R2.0 2WD,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 4WD AT6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보고 현재 재조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측정에서는 신고 연비보다 8.3% 낮게 나왔다.

2012년 11월 북미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비를 과장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기아차는 집단소송을 당하자 소비자들에게 총 3억9천500만 달러(약 4천191억원)를 지급하기로 작년 말 합의했다.

정부는 완성차업계의 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계속되자 연비 조사를 강화하고 보상 규정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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