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솟대문학(발행인 방귀희)이 도용당하고 있는 장애인 문학을 구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솟대문학 통권93호(2014년 봄) 신춘특집 <표절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문학>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발하고 그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전문가와 진단해보는 내용을 실었다.

장애문인의 작품이 표절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작가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학연 등의 보호막이 있는 것도 아니여서 표절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밝혀진다 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해두면 장애인문학이 표절로 피폐해질 것이란 판단에 솟대문학에서 공개적으로 장애인문학 표절 사건을 논의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하였다.

사례1(2013년): 20년 전 김준엽 이란 뇌성마비 시인‘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이름을 바꾸어서 윤동주, 정용철, 작자미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

사례2(2007년): 1987년에 발간된 김옥진(여, 전신마비장애) 시집<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에 수록된 ‘기도’ 라는 시가 변영인 교수의 시집 <그대의 강가에 서서>(2000년 발간)에 ‘기도1’로 절반 이상이 표절된 상태로 실려 있는 것.

사례3(2004년): 이용석(남, 지체장애)씨의 제8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당선 수상작(1998)인 단편소설 <바리데기꽃>이 2002년 제1회 전국 고교생 소설백일장에서 대상을 차지해 수상자인 김해 **여고 김**양(학생의 미래를 생각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음)이 이 수상경력으로 대학 특례 입학한 사건.

장애인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인기 작가 고정욱(남, 휠체어 사용) 님은 장애문인의 시를 이용해서 그들이 크게 돈벌이한 것도 아니고 크게 명예를 얻지도 않았을 테지만 장애인 작품은 쉽게 표절하거나 베껴도 된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 씁쓸하다며 ‘표절은 특히, 장애인 작품 표절은 가장 비열한 지식 도둑질’ 이라고 꼬집었다.

문학평론가 허혜정(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문학의 나라에는 돈과 명성, 권력과 같은 ‘사회의 지배가치와는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내적 진실이라며 김준엽 시인의 도둑맞은 작품은 자본주의라는 야수주의 속에서 타인의 삶과 상처, 언어 모든 것을 재료 삼아 권력과 이름을 쟁취하는 타락한 세상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소설가이면서 법학자인 정승재(장안대학교 행정법률과) 교수는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법영역이지만, 장애인의 저작권은 사회법영역이라 보아야 한다며 비장애인작가에 비해 불리한 점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고 제안했다.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은 ‘장애인문학 표절에 대한 실상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장애인문학을 보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 하며 김준엽 시인의 시‘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은 김준엽 씨가 썼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힘없는 장애인 작가의 진실을 증거 우선주의로 외면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기에 솟대문학에서 김준엽의 시‘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을 원작과 번안한 영시로 게재하여 이 시를 김준엽 시인 이름으로 활자화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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