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인용해 공인인증서의 맹점을 부각하는 등 규제 혁파 필요성을 강조하자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손톱 밑 가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IT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를 정권 초기부터 화두로 들고 나온 만큼 이 분야의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정치권과 업계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공인인증서 외에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것은 국내 지도 서비스이다.

특정 축척 이상의 자세한 국내 지도는 국내에 있는 서버에 저장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 때문에 구글 등 외국 플랫폼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제가 됐던 '구글 글라스'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지도 등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스마트 안경이 아니라 '그냥 안경'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구글은 외국 회사이지만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또는 다른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결국 한국인 이용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일각에서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제조 규제와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등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제조할 때 의료기기 허가를 얻어야 하는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요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갤럭시S5 등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의료용이 아닌 레저용 제품으로 보고 의료기기 허가가 없어도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면서 일부 완화했다.

헬스케어 기기가 논란이 일고 있는 '원격진료'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 규제를 본격적으로 철폐하려고 한다면 이해집단 등을 중심으로 찬반 격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보조금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와 소프트웨어(SW) 업계의 투자 제한도 손톱 밑 가시로 꼽혔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2010년 입법화된 '셧다운제' 여파로 게임업체 수가 4년 만에 반 토막 났으며 게임이 마약이라는 규제입법론으로 사기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정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정부의 정보화 사업 시 투입 비용이 아니라 성과물의 가치를 기준으로 SW 구매금액을 책정해야 적정한 가격이 매겨진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적정가에 못 미치는 예산과 감사시스템 때문에 기업이 함량 미달 개발자나 계약직을 뽑는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조 협회장은 개발업계는 오히려 규제를 받고 싶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SW 업계가 3D 업종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고급 개발 인력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SW 관련 과를 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SW 육성 민관합동 실무작업반(TF)을 운영하는 등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공기관 SW 적정사업기간 산정기준 마련, 하도급 과정에서의 가격 후려치기 금지, 상용 SW 분리주문 기준 완화 등 대책을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미래부 임성민 소프트웨어 진흥팀장은 "참가자들이 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화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규제 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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