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에서 끝장내야 할 의료 민영화 논란!
실체 없는 규제와의 전쟁 … 정답은 의료 공공성 강화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여서 대한민국 보건의료계가 혼란스럽다. 의사협회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총파업과 집단휴진 등을 내세우며 정부의 정책에 맞서 어떤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비장한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들도 정부의 의료 민영화정책과 의협의 주장 사이에서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고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시민과 사회단체는 오히려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민영화 논란은 지난해 말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 발표 이후 의사와 정부의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의협은 ‘진료의 기본은 환자와 마주한 대면 진료’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반발했고, 특히 개원의들의 경우엔 실제 수입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투자활성화 방안으로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의·정 갈등은 ‘의료 민영화’라는 큰 쟁점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결국 의협은 집단 휴진을 결의하기에 이르렀고, 의·정이 나서 파국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중순 이후부터 약 한달 간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돼 지난 10일 1차 집단 휴진이 실제로 강행된 바 있었다.

다행히 2차 휴진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협이 다시 대화에 나서 지난 16~17일 밤샘 협의 끝에 사실상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결정 체계 등과 관련해 의협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최근 대통령이 주제하는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7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끝장토론'에서는 경제 5단체와 중소기업인·자영업자를 비롯한 민간부문 60명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방송 3사가 생중계하는 등 규제개혁이 국정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가로막혀 있고, 기업들은 각종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어려운 삶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규제만 완화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데 의견들이 모아졌다.

일부 부처 공무원들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만든 것도 이날 끝장토론의 주요 논쟁거리기도 했다. 제정할 당시에는 필요했지만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규제가 아직 대한민국 사회 여러 곳곳에서 존재한다.

사실 규제 대부분은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돼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에 완성됐다고해도 틀린말은 아니다.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 도입 배경을 들여다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불필요한 의료법상 규제로 I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진료를 활성화하지 못해 기업의 투자가 저해되고, 경제성장이 가로막혀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이 원격의료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적극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병원이 영리자법인 설립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 호텔도 경영하고, 외국인 환자들을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성장 동력이고 창조경제가 된다는 판단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들의 생각과 주장은 무시된채 의료 민영화를 규제완화 정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부동의 철학이다.

국내에 대규모 카지노를 유치하면 외국자본들이 들어와 호텔과 리조트를 짓고,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관광산업이 육성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금 의료계와 정부가 각을 세우고 대립하는 가장 큰 문제가 원격의료 진료 문제다. 원격의료 진료가 국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가 실제로 의료계의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러한 것을 못하게 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선진국 어디에서도 원격의료를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사실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 선진국들은 오히려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공공화하고 의료보장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전체 국가 GDP의 17%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미국보다 평균 8~9%를 지출하는 유럽 나라들의 평균수명이 훨씬 길고, 영아 사망률이나 만성질병 발병률이 현격하게 낮다는 통계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각종 보건의료 규제를 완화하는 미국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공공지출을 늘린 유럽의 나라들이 보건의료부문 고용률이 더 높고 인구 대비 종사자 숫자도 더 많다. 심지어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독일이나 스웨덴은 세계적인 표준을 선도하면서 의약품이나 각종 의료기기부문에서 중심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는 줄여 나가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정부의 역할 미비와 공공부문의 과소다.

이미 민간부문 과잉으로 90%가 넘는 민간의료의 비효율성과 공공부문의 과부족이 문제이지, 의료 민영화와 영리화가 부족해 국민이 건강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보건의료부문의 고용을 늘리고 건강관련 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원격의료가 아니라 의료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은 영리의료법인 자회사의 설립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 지금 의료계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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