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곳 주총 '뚝딱'

500개 가까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28일 정기 주주총회가 큰 이변 없이 마무리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157개, 코스닥 322개, 코넥스 18개 등 모두 497개 상장사가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두산·현대그룹 등 재벌그룹 계열사들과 KB금융지주와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전력 등 상장사들은 이날 주총에서 2013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의결하고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했다.

관심을 모았던 신일산업 개인투자자의 경영참여나 케이티씨에스(KTcs) 소액주주의 배당확대 요구,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선임 저지 등의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이날 주총에선 일부 대기업이 긴축을 위해 이사보수 한도나 임원 퇴직금 축소 등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31일 85개사가 주총을 끝내면 이번 주총 시즌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 불황 이기자…"이사보수 한도 축소하고 퇴직금도 줄여"

경영난에 빠진 현대상선은 주총에서 보수한도를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30% 줄였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남용 현대상선 기획지원부문장은 주주들에게 3년 연속 적자에 대해 사과하고 "올해를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에서도 이사 보수한도 축소가 이뤄졌다. 한국전력은 이사 보수한도를 19억2천107만원으로 작년보다 1억6천233만원 축소했고, 한국가스공사도 16억2천174만원에서 15억6천44만원으로 줄였다.

KB금융지주는 이사 수를 13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보수한도도 50억원에서 25억원으로 감축했다.

엔씨소프트도 게임시장 불황 속에 이사 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동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불황 극복을 위해 상무 이상 임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 사장은 퇴직금 배율이 4배에서 3배로 낮아져 퇴직금이 기존보다 25% 줄어들게 됐다. 대우조선은 이사보수 한도도 지난해와 같은 60억원으로 동결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 두산엔진 등 두산 계열 상장사는 이날 임원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와 이사보수 한도 동결 등 안건을 처리했다. 두산과두산중공업은 기존 주주에 대한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정관변경안도 통과시켰다.

일부 상장사에선 새 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개정도 이뤄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업목적에 포장공사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 산업용 로봇 제조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두산엔진은 해양플랜트용 기자재와 환경오염방지 시설 설계·제조 등을 사업목적에 넣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박지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최세훈 대표의 재선임을 승인했다.

◇ 독립성 결여 '사외이사' 앉히기 여전

일부 상장사는 논란이 된 사외이사 선임을 무사히 처리했다.

KB금융은 조재목 서울대 교수와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민은행 노조가 독립성 부족을 이유로 이들 3명의 선임 반대 등을 주장하며 주총장에 입장하려 했으나 사측과 충돌 끝에 실패했다.

두산엔진은 상임지휘자 박범훈 씨(중앙대 총장·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 수석 출신)와 송호근 서울대 교수(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 출신)의 사외이사 신규선임안을 처리했다. 두산중공업의 차동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서울 고검 검사장 출신)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다시 선임됐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엔 감사원 출신이 앉았다.

현대상선은 사외이사로 전준수 서강대학교 부총장을 재선임하고 김흥걸 DMZ문화포럼 이사장(감사원 사무차장·국가보훈청 차장 출신)을 새로 선임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새 사외이사로는 박의명 전 감사원 국장이 됐다.

강원랜드의 비상임이사와 사외이사(5명), 감사위원회 위원(2명) 등 선임안건도 일부 기관투자가가 강원도 출신 인사들로만 구성됐다며 반대했는에도 통과됐다.

NH농협증권은 사외이사로 김만기 전 SH공사 감사와 박인석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보, 이종구 단국대 법대 부교수를, 감사로 감사원 출신 백복수씨를 각각 선임했다.

◇ 개인·소액투자자의 '주주 반란' 실패

일부 중소 상장사 주총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배당 확대 등 시도가 있었으나 주주들의 실패로 끝났다.

선풍기 제조업체인 신일산업은 경기 화성 협력업체 공장에서 주총을 열어 개인투자자 황귀남씨 등이 상정한 정관 개정안과 이사 선임안을 부결시켰다. 참석 주주의 25.54%가 찬성표를 던져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황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부결돼 황씨의 신일산업 경영 참여 시도는 무산됐다.

이날 300여명이 참석한 신일산업 주총장에선 투표방식과 발언권 등을 둘러싸고 수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KT 자회사인 케이티씨에스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올린 주당 배당액 증액과 주주 추천 외부감사인 선임을 위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풀무원홀딩스는 7년째 토크쇼 형식의 열린 주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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