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경제는 세계경기 호조에 힘입어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는 점을 감안해 2010년 국내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0%로 상향조정한다(2009년 12월 전망 4.6%). 다만 여기에는 지난해 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 효과가 크다. 전기대비 성장의 속도는 1%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경제의 고성장, 그리고 반도체,LCD 등 우리 주력 제품인 IT 부품의 수요 확대가 수출을 견인할 것이지만 원화의 절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 지난해 기업의 수익 증대가 임금 및 배당을 통해 구매력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내소비는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미루어두었던 설비투자가 재개되면서 두 자리 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누적된 미분양 주택, 부동산 가격의 하향기대 등으로 건설투자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규모 축소로 성장에 비해 고용창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후반에 머물 전망이다. 정책금리의 소폭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지원책이 축소되면서 건설사나 중
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120억 달러 내외로 축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100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매분기 1% 이상(연율 4% 이상)의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중국과 인도 등 거대개도국이 세계수요를 떠받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선진국의 회복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11.9%로 과열을 우려할 정도이며, 미국도 최근 고용사정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으로 위기 기간 중 위축되어 있던 수요가 표출되고 있다. 내구재 소비가 늘면서 세계교역이 크게 확대되고 투자도 회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금년 중 세계경제는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의 부동산 가격 급락 가능성, 선진국 재정위기 리스크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들이 남아 있지만 이러한 리스크들이 단기간 내 세계경제를 다시 급락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띠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기 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자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금융시장의 잔존 리스크들에 대해 주요국 정부들이 최소 금년까지는 각종 정책수단을 통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리스크 요인들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면서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낮추고 실물경기 상승세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경제를 더블딥 상황에 빠뜨릴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 세계경기 상승세 둔화

대기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세계경기 상승의 속도는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해질 것이다. 현재 경기회복 기대로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다시 낮아지면서 소비가 늘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축률 하락세가 지속되기 어렵다.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소비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나 9%대의 높은 실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빠른 소득수준의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반기로 갈수록 출구전략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며 금리 상승시 소비에는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성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을 점차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전기비 2%대 중반(연율 10%대)의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준율 인상이나 창구규제에 나서고 있는 중국당국은 위안화 절상 및 금리 인상 등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에는 지난해수요가 크게 침체되었던 데 따른 상대적 반등 효과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대 중반과 같은 4%대의 고성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등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고 현재여유생산 능력 상황이 나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급등보다는 완만한 상승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 회복기조 재개

세계경제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경제 성장률은 심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 3분기 2~3%에서 4분기에는 0.2%로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원화가치의 심한 변동과 분기별 경기부양 규모의 변화 등이 들쭉날쭉한 성장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빠른 원화강세가 약 2분기의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며 경기부양책이 상반기에 집중된 점도 정부소비 둔화를 통해 4분기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원화절상 추세가 진정되고 경기부양책 집중효과도 완화되면서 금년 들어서는 경기가 다시 호전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고성장, IT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이 다시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와 설비투자도 올 들어 상승 속도가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설비투자 등 수요를 다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이었던 민간부문의 고용사정도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 다만 대기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정부의 수요촉진책 등 각종 부양책이 거두어지면서 경기상승의 속도는 지난해 중반에 비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완만한 성장세 예상

국내경기의 상승세는 금년 중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이 경기회복을 선도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소비도 점차 살아나면서 대외부문과 내수부문이 보조를 맞추며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카드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 수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과 내수경기의 괴리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번 금융위기 이후 수출과 내수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세계경기 회복세와 중국경제의 고성장, 그리고 반도체, LCD 등 우리 주력 제품인 IT 부품의 수요 확대 등이 긍정적인 요인이다. 더욱이 수출단가 상승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성장률보다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기업의 수익 증대가 임금이나 배당을 통해 구매력 증가로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소비여건을 개선시킬 전망이다. 지난해 크게 위축되었던 설비투자도 올해에는 수출기업의 IT부품과 자동차 부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호전될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경제도 이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금년에도 원화의 절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 누적된 미분양 주택, 부동산 가격의 하향기대 등으로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고용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도소매, 음식숙박 등 전통적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구조조정 등도 일자리 창출의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의 심한 등락 현상도 점차 완화될 것이다. 환율변화가 지난해처럼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부양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국내경제 성장률은 5%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부분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기대비 성장의 속도는 1%(연율 4%)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년 중 디플레이션 갭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 증가에 따른 선순환 구조, 자산효과로 민간소비 증대

수요부문별로 보면 소비는 구매력 상승으로 올해 4%대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질국민소득(GNI)이 금년 중에도 GDP 성장률과 유사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동안 수출단가의 하락추세로 인해 2000년대 GNI 증가율이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면서 소비부진의 주요인이 되었으나 올해에는 반도체등 IT 부품을 중심으로 수출단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증가세를 기록했던 임금이 올해에는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고용사정도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주택가격이 정체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따른 소비 증가 역시 기대된다. 외환위기 이후소비의 행태방정식을 추정해 보면 주가 10% 상승은 소비를 0.3%p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2> 참조). 금리 상승이 소비 증가에 부(-)의 효과를 미칠 것이지만, 올해 금리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금리정책의 시차도 고려할 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재화별로 볼 때 내구재 소비가 전체 민간소비를 주도할 전망이다. 최근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위주로 소비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매판매액 통계에서 올 1,2월 내구재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30%로 전체 소매판매액 9.7% 증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과거 경기회복기에도 저점 후 약 2년 동안 내구재가 전체 소비지출을 이끄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경기의 하강 국면에서 내구재 소비 위축의 폭이 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구재 소비의 높은 회복추세는 금년 중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 두 자리수 증가세

제조업 부문의 생산확대로 지난해 크게 떨어졌던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설비투자 압력도 커지고 있다. 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수출 호조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증가세가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조정압력 변화(=생산지수 증가율-생산능력지수 증가율)는 1, 2월 24.3%p로 지난 4분기12.9%p에 비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산업의 경우 생산능력 대비 생산 증가율이 저조한 모습을 보여 투자조정압력이 마이너스인 반면, 나머지 산업들은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산업의투자조정압력 변화는 각각 35.8%p, 54.2%p, 29.5%p로 제조업 평균을 웃돌고 있다.

2000년대 저조한 설비투자로 인하여 생산설비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는 점도 설비투자가 늘어날 요인이다. 2000년 생산설비 사용년수가 3.9년이었던 것에 반해 작년에는 7.9년으로 2배 이상 늘어나 있다.

다만 기업 투자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인인 세계 및 국내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보호주의 성향으로 현지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해외투자의 유인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미루었던 투자가 재개되면서 설비투자는 두자리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기업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신호로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세계 경제의 서비스화 및 소프트화 추세와 맞물려 설비확장보다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점차 강조될 것이다.

미분양 적체 심화, SOC 예산 감소로 건설투자 둔화 불가피

지난해 공공부문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건설투자는 금년 중 민간건설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부양 규모도 줄어들면서 증가율이 1%대로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 주택건설 부문은 공공건설이 주도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14만6천호를 공급(사업승인 기준)하였고 올해도 18만호를 계획하고 있다. 공공택지공급 증가, 세제 지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정부대책이 건설투자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민간주택건설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하향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서 주택수요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주택구입 주력세대(35~54세) 인구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소득대비 높은 주택가격 등이 주택가격 하향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부동산 가격 상승기대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미분양 주택수는 2008년 14만6천호를 기록한 이후 아직까지 적체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정책 대응 등으로 미분양 주택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준공후 미분양 비율은 40%까지 늘어난 상태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의 자금난 등 유동성 제약이 점차 심화되면서 민간부문 주택건설 위축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토목건설 역시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재정지출 확대로 토목건설이 13.3% 증가하였으나 올해는 작년 대비 재정지출이 축소될 예정이다. 올 SOC 예산은 25.1조원으로 작년추경대비 1.6% 감소하였다. 4대강 사업에 정부 3.2조원, 수자원 공사 3.2조원이 투입되는 등 하천정비사업부문이 크게 증가할 것이나, 이를 제외한 도로, 철도 등SOC 예산은 21.6조원으로 작년 24.4조원(추경기준)에 비해 11.5% 감소하였다.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효과가 사라지면서 건설투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장기부진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T부품 주도 수출호조 지속

세계경제 회복세 지속으로 세계교역도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IU에 따르면 2009년 -23.4%를 기록했던 전 세계 교역(달러표시 수입액 기준) 증가율이 2010년에는 전년대비 13.2%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교역 신장세를 뛰어넘는 20% 안팎의 수출 증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 수출이 글로벌 교역증가율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선 중국, ASEAN 등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더 높은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2010년 3월 현재 71.3%)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인접국인 중국이 올해 9.5%의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대중수출 확대효과가 2009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내구재 산업 등에서 글로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주력품목들의 공급여건이 양호한 것도 주 이유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은 해외수요 증가세가 매우 빨라 당분간 수출단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업체 대비 우월한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품목에서는 공급과잉 이슈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전 세계 공급량이 이미 빠르게 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부진이 예상된다. 조선업은 글로벌 해운업의 경영난과 선박 공급과잉 이슈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선진국 경기 회복과 중국의 최대 자동차시장 부상 등에 힘입어 완성차 및 해외 생산용 부품 수출이 모두 크게 늘어나겠지만 이미 공급과잉상태여서 향후 얼마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수출 호조세 속에서도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경쟁국들의 선전은 우리 수출에 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의 달러표시 수출총액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리먼 쇼크 이후 2009년 2분기까지는 우리나라의 성과가 가장 좋았지만 그 후 경쟁국들의 수출증가세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다시상대적인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이들 4개국 수출에서 우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분기에 15.9%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에는14.8%까지 하락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과 대만은 각각 24.4%→26.1%,8.6%→9.2%로 상승하였다. 향후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엔화 등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구조조정에 성공한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수출회복세를 이어갈 경우 우리의 상대적 점유율은 위기 전 수준인 14%대 중반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에도 이어지겠지만 그 규모는 2009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실질실효환율이 균형 수준에 근접함에 따라 고환율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올해 중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보다 국내경기 회복세가 빠른데다 원화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수입이 연간 30% 안팎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 서비스수지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120억달러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대비 고용창출 미흡할 것

2010년 1분기 전체 취업자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만2천명 증가하며 2009년 연중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구조적으로 취업자가 계속 줄던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6만2천개 증가하였으며 민간서비스업 일자리 또한 19만개 늘어나는 등 민간부문의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의 회복은 통상적인 경기순환기에 비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이 시작된 지난해 1분기 이후 약 1년 만에 고용이 반등해 통상적인 시차(경기저점 이후 2분기)보다 고용회복이 다소 늦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급락에도 불구하고 기업경기는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에 고용조정폭이 크지 않았고 정부의 고용촉진 정책도고용의 하락폭을 완만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금년 중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오히려 고용의 회복을 늦추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향후 국내외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은 신규고용을 늘리기보다는 당분간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증대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공근로 프로젝트도 지난해 평균 12.5만명(6개월간 25만명)에서 올해에는 3.3만명(4개월간 10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관련부문의 실업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는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 경기회복으로 관련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어온 자영업 구조조정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 부문에서의 고용흡수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업 중에서도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고부가 부문과 공공적 성격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그리고 수요가 꾸준한 교육 서비스업 등에서의 일자리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 부문은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일자리가 소폭 감소했거나 오히려 계속 늘던 분야로 향후에도 일자리 창출에 꾸준히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업률은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직활동이 늘면서 1분기 동안4.7%의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 고용창출이 구직활동 인구 증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이러한 기대와 일자리 창출의 시차가 기업들의 구인활동확대로 점차 줄어들면서 실업률도 3%대 중후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근원물가 안정적…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밑돌 것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전기비 연율 4.1%)을 기록했지만 이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 측면이 크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계절적 요인에 의해 25.5% 상승하였으며, 최근 유가상승에 힘입어 석유류 역시 13.2% 높아졌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의 전기대비 증가율은 1.4%(연율)로 2000년대 평균인 2.9%를 크게 밑돌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물가상승 기대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물가상승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급격한 수요위축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는 올해에도 수요가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갭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유가 등 대외적인 요인들로 인한 물가 상승압력 역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디플레이션 갭 상황이 유지되면서 국제 상품 가격도 완만하게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은 산업부문에서 경쟁격화에 따른 가격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유재고 및 여유생산 능력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은 고유가 현상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회복과 원화가치 상승효과가 감소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 내외로 중앙은행의 목표 인플레이션율 범위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금리 상승 제한적

금융시장은 2009년에 이어 안정세가 완연한 모습이다. 올 들어 회사채(AA- 등급, 3년 만기 기준)의 신용스프레드는100bp 내외로 하락하여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및 주식순매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반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약세와 주택담보 대출의 기준금리 변경에 따른 효과로 지난해 35조원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은 2010년 1/4분기에는 4.7조원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향후 실물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위기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금융정책들이 되돌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보증한도와 한국은행의 총액한도 대출이 축소되면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낮아지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0년 1/4분기 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3.3조원 증가하는데 그쳐, 2009년의 19.7조원에 비해 크게 축소되고 있다.

건설사의 경우 최근 발표된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지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저조한 현금창출능력과 채무상환부담으로 인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건설업 여신 172조원(2009년말 기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PF 대출은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연체율도 높은 편이어서, 향후 일부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동반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책금리는 실물부분의 회복이 지속되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짐에 따라 인상될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선진국의 국가채무 문제, 출구전략에 있어 국제공조에 대한 고려 등의 요인으로 실제 인상시기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폭도 크지 않아 2010년 하반기 중 한두 차례에 걸쳐0.5%p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금리는 정책금리 인상이 다소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하락세를 보였으나, 경기회복 지속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 등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약세로 인한 전반적인 대출수요 감소와 정책당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하면 시중금리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 1,100원 전망

향후 원화환율은 대체로 완만한 강세기조를 이어가 달러당 1,100원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현재 원화가 저평가 상태인 데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지속하고 외국인투자자금도 순유입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하반기 리먼 사태 발생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 3월 현재 원화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과거 경상수지가 균형수준에 근접했던 시기(2002년 7월)에 비해 7% 가량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향후에도 원화가치가 좀 더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향후에도 흑자기조가 유지되지만, 그 규모가 올해는 작년의 1/3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원화의 절상속도 또한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함께 신흥경제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중장기적인 순유입 추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2010년 순유입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데다,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는 경우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캐리 트레이드 같은 일방적인 자금흐름의 지속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는 향후 경제상황이나 우리기업들의 실적, 환율 수준 등에 따라 유동적인 흐름을 나타낼 수 있는 주식보다는 채권시장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규모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채권의 수익률, OECD 국가들 가운데서는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정부부채 리스크, WGBI(WorldGovernment Bond Index) 편입에 대한 기대 등을 감안하면 국고채나 통안채 등에 집중되어 있는 외국인 채권투자는 당분간 순유입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고 연내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원화의 동반강세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의 연저점은 1,000원대 중반으로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하반기 중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연초와 같은 달러강세 폭이 커지는 경우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제금융시장의 캐리 트레이드 조달통화를 달러화에서 엔화로 빠르게 대체시키면서 엔화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최근 100엔당1,200원 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원/엔 환율이 연말에는 1,1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는 올해 꾸준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높은 성장세는 이어지기 어렵다. 이번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원인들이 구조적으로 치유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이 기간 중 리스크 요인들이 틈틈이 불거지면서 국내외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건설업체 경영난 등이 부동산 가격 급락 가능성과 맞물려 올해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부동산 담보가치가 부채에 비해 높기 때문에 금융시장 부실로 확산되기보다는 가계 차원에서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금년 중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기업들의 퇴출이 이루어지면서 건설투자의 제약요인이 될 것이다. 경기 회복 추세로 소득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경기상황을 급락시킬 정도로 심각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세계경제는 고성장 속에 변동성이 줄어드는 안정기를 경험했지만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재정 및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국내외 경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가부채 누적으로 재정여력이 줄었다는 점은 향후 정부의 경기조절 능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주체들은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보다는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성장 추세를 보이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5% 성장과 3%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정책금리를 서서히 상향조정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경제 성장에 있어 올해에도 재정, 통화 측면에서 정책 효과가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30조원 규모, GDP의 2.7%에 달하는 재정 적자분 만큼의 정부부문 수요창출이 금년 국내경제의 성장을 떠받치게 된다.

저금리 정책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역할이 금년 경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직 고용의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아 내수부문의 구매력 기반이 취약하고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출구전략 시행은 민간의 경기회복 기대심리를 떨어뜨려 경기상승 기조를 꺾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인플레 압력 확대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출구전략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부문 수요가 줄어들어도 민간부문의 자생적인 수요회복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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