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행복한지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오는 6월 공개된다.

30일 통계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통계청은 국민행복지수 생산에 필요한 83개 지표 값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CPI)처럼 통계청이 개별 지표를 조합한 종합지수(composite index) 형태로는 발표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직접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통계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표는 총 12개 영역의 83종으로 구성된다.

물질 영역에선 소득·소비, 고용·임금, 복지, 주거 등이 포함된다. 비(非) 물질적 영역에는 주관적 웰빙, 건강, 가족·공동체, 문화·여가, 시민참여, 안전, 환경 등이 들어간다.

83종 가운데 재정취약가구, 근로시간, 저임금근로자비율, 개인부담 의료비 비중,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암 생존율, 소득계층별 의료 미충족률, 대졸 취업률, 문화여가 지출 비율, 하수도 보급률의 지역별 격차 등 10개는 이번에 통계청이 새롭게 생산하는 항목이다.

이번 발표는 통계청은 지난해 4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정부의 슬로건인 '국민행복'을 의식한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이 지난해 9월 자체적으로 산출한 국민행복지수는 야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미래연은 국민행복지수가 노무현정부(2003년 2분기∼2008년 1분기·평균 104.94) 때보다 이명박정부(2008년 2분기∼2013년 1분기·평균 107.68) 때 더 높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분기는 113.03으로 최고치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주최한 '국민 삶의 질 측정의 현황과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수가 나빠도 문제, 좋아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시안에 주관적 지표가 너무 많아 결과가 불안정(non-stable)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은 국민행복지수 대신 삶의 질 지표만 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국제적 추세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하는 스티글리츠 위원회는 사용자의 철학적 관점에 따라 다양한 측정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권고한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 통계청이 행복종합지수를 만드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83종 지표 중 3회 이상 측정값이 존재하는 기대수명, 지니계수, 평균 여가시간 등 66종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3년 처음 생산된 지역사회 소속감, 정치관심, 시민적 덕목 등 7종과 새로 개발하는 10종은 차차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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