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1세대 대표들이 오랜 '잠적'을 끝내고 속속 전면에 나서고 있다.

넥슨의 지주회사 격인 NXC의 김정주 회장과 야구팀 NC다이노스의 구단주를 겸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최근 10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방준혁 CJ E&M 고문이 그들이다.

각각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게임업계에서 JJ와 TJ, JH라고 불리는 이들은 초창기부터 '3J'라는 타이틀로 자주 묶였다.

이들은 한동안 업계를 떠나 있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회사를 경영하는 등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1세대 대표들이 조금씩 영역은 바뀌었지만 대중들 앞에 나서서 호흡하는 등 다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외 활동이 거의 없어 게임업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김정주 NXC 회장은 후방에서 치밀한 계산을 거친 '그림자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비원조차 그의 얼굴을 몰라서 "신분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김 회장이 자신의 회사 입구에서 쫓겨났다는 일화까지 있을 정도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이후 현역에 있을 때도 대외활동은 김 회장 대신 공동창업자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NXC 사무실과 자신의 거처를 제주도에 둔 것도 '은둔'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대외활동을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강단에 서는 교육 활동은 이전에도 계속 해왔지만, 최근에는 주목받는 인수합병(M&A)을 단행하거나 대중들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2년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가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가 의기투합한 결과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또 지난해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와 노르웨이 유명 유모차업체 '스토케'를 인수한 것과 최근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인 릿모터스에 투자한 것 등도 역시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제주시에 건립한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는 직접 관람객 안내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은둔형으로 분류돼왔지만 최근 2∼3년 사이 조금씩 대외 활동이 늘었다.

엔씨소프트 창립 이전에 '아래아한글'과 '한메타자교사'를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로도 유명한 김 대표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의 흥행을 성공시키면서 엔씨소프트를 대형 게임회사로 키웠다.

한동안 두문불출했지만 2012년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이후에는 오히려 대외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NC다이노스 야구단을 창단한 이후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과 함께 경기장을 찾기도 하고, 국내 최대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의 '게임대상' 시상식에 나타나기도 했다.

방준혁 CJ E&M 게임사업부문 총괄 고문은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역시 넷마블의 창업자로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한 방 고문은 2004년 회사를 CJ에 넘기면서 CJ인터넷 사장으로 지내다가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2006년 퇴사해 한동안 업계를 떠나 있었다.

하지만 넷마블이 어려워지자 CJ그룹 쪽에서 그에게 '컴백'을 요청했고, 이에 방 고문은 2011년 6월 게임사업부문 총괄 고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컴백' 이후에도 방 고문은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으나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텐센트의 CJ게임즈 지분투자를 끌어내는 등 성과를 발표하면서 근 10년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방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투자유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지난 2011년) CJ로부터 복귀 요청을 받고 당황했지만 창업자로서 넷마블의 위기를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며 3년 전 회사에 복귀한 이유도 밝혔다.

방 고문은 이번 텐센트의 CJ게임즈 투자에 따른 지분율 변동으로 CJ게임즈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그는 CJ E&M 게임사업부문(넷마블)과 CJ게임즈를 통합한 가칭 CJ넷마블이 설립된 이후에도 최고의사결정권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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