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46개국과 맺은 9건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수출 전선을 넓혔다.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교역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FTA 상대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역확대 효과…"작년 수출 관세절감 79억9천만 달러"

한국무역협회가 30일 내놓은 '한국의 FTA 10년'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첫 FTA인 한·칠레 FTA 발효(2004년 4월)로 두 나라의 교역규모가 2003년 15억8천만 달러에서 2013년 71억2천만 달러로 연평균 16.3% 증가했다. 대 칠레 수출은 연평균 16.9%, 수입은 16.0% 늘었다.

2007년 6월 아세안(ASEAN)과의 FTA 발효 이후 7년간 교역규모가 연평균 11.8% 커졌다.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4.4%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증가율 8.1%를 웃돌았다.

유럽연합(EU)과의 교역은 2011년 7월 FTA 발효 이후 3년간 연평균 4.4%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율(13.2%)이 수출(-3.0%)을 크게 앞질렀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2년간 대미 수출은 연평균 5.1% 늘어나 해당 기간 전체 수출증가율(0.4%)을 상회했다.

무역협회는 우리 입장에서 수출 관세장벽이 2004년 5.28%(수출액 가중평균 관세율)에서 2013년 4.65%로 낮아진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른 관세 절감 효과를 작년 기준 최대 79억9천만 달러로 추정했다. 우리 기업이 FTA를 100% 활용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캐나다, 호주, 콜롬비아와 타결한 FTA가 발효되고 여기에다 중국과의 FTA가 성사되면 관세장벽이 2.31%까지 낮아져 연간 207억7천만 달러의 관세 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무역업체 61%만 FTA 활용"…상대국 시장 경쟁심화로 입지 위축

정부가 FTA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FTA 활용도가 크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역협회가 최근 1천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6%가 "FTA를 활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중 79.2%는 경영과 수출입 확대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활용 여부에 관계없이 45.5%는 "FTA가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심 국가와의 FTA가 체결되지 않았거나 경기침체와 환율 변동 때문에 FTA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 중에서는 56.5%만이 FTA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변해 중소기업의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FTA 상대국에서 경쟁 심화로 한국 제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칠레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FTA 발효 전해인 2003년 2.8%에서 2007년 6.8%까지 상승했다가 2012년 3.3%로 주저앉았다. 2006년 10월 중·칠레 FTA 발효 이후 중국산이 밀려든데다 미국까지 수출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이 속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중국의 공략 탓에 2010년 1.1%에서 2012년 0.7%로 하락했다. EU(2010년 2.6%→2012년 2.1%)와 인도(2010년 3.0%→2012년 2.7%)에서도 한국의 설 자리가 다소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8%로 2005년(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FTA 교역 비중(전체 교역에서 FTA 발효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현재 35.3%로 중국(21.2%), 일본(18.9%)을 앞섰지만 세계 순위는 88위에 그쳤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시장이 작고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방적 통상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 제공과 전문인력 육성 등 FTA 활용을 촉진해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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