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캐논 카메라 장착…해상도 구글 위성사진보다 낮아"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무인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2일 밝혔다.

이런 분석은 무인기 부속품에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이 2곳에서 표기되어 있고 무인기가 북쪽에서 날아와 서울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북쪽으로 비행했다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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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의 엔진 배터리에는 '사용중지 날자'라는 한글이 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날자'는 날짜를 뜻하는 북한말이다.
'기용날자'라는 말도 표기됐다.
이는 제품을 사용한 날짜를 뜻한다.

2010년 천안함 피격 해상에서 발견된 북한 어뢰에 '1번'이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추적한 결과 북쪽에서 날아와 서울을 경유한 뒤 다시 북쪽으로 비행하다가 추락했다는 것도 북한 소행으로 분석한 근거가 됐다.

이 무인기는 군의 지상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탑재된 일본제 캐논 카메라에 청와대와 광화문 등 서울 중심부가 찍혀 있었고 북쪽으로 비행하다가 파주에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무인기 엔진을 분해하자 남은 연료(휘발유)가 있었다"면서 "연료량을 계산한 결과 북한 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고 전했다.

무인기가 낙하산을 펼치면서 착륙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물증이 됐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낙하산을 펼친 채 떨어졌다.

북한이 중국 제품을 모방해서 만든 '방현-Ⅰ·Ⅱ' 무인기도 낙하산을 펼쳐 착륙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에서 도입한 '프라체-1T' 무인기도 같은 방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회수 방식은 십자형 낙하산으로, 이는 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이를 근거로 북한에서 발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에는 1㎏ 정도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1㎏이면 고폭탄은 불가능하고 생화학 작용제를 탑재한 폭탄은 가능하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북한은 2천∼5천t가량의 생화학 작용제를 보유한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촬영된 사진의 해상도는 구글이 인터넷에 제공하는 위성사진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제 캐논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1㎞ 밖에서 촬영하면 잘 안 나오지 않는다"면서 "정찰용으로 보기는 어렵고 일반 수준이다.

개인이 먼 곳에서 찍은 사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제가 유력한 무인항공기가 남측지역에서 잇따라 추락한 것에 대해 '방공망 구멍'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량 인명 살상이 가능한 생화학 작용제를 탑재한 무인기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 떨어지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지상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백령도에서 떨어진 무인기는 공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합참은 낮은 고도로 나는 비행체를 포착하기 위한 저고도탐지레이더를 국외에서 긴급히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방공 작전체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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