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수익성 개선이 지지부진했던 석유화학 부문에도 사업재편이라는 칼을 댔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결정 이틀만에 이뤄진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흡수합병 결의는 유사사업을 묶어 효율화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려는 삼성의 사업재편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8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6월 1일까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하면 연매출 2조6천억원, 자산 2조5천억원 규모의 화학 소재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삼성은 삼성SDI-제일모직 합병으로 그룹내 소재·부품사업을 통합,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다음에 그 원재료가 되는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지분조정을 통해 유사사업을 묶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왔다.

특히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확산시키고 그룹내 사업의 고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소 취약한 사업부문부터 손을 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제품 수요가 계속 위축되고 있고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도 높아지고 있어 삼성은 위기가 코앞에 닥친 것으로 보고 있다. 셰일가스의 부상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다.

합병 대상인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3천643억원에 5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불투명한 석유화학 사업 환경을 정비해 삼성종합화학으로 일원화하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손석원 삼성종합화학 사장은 "석유화학 사업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흡수합병은 삼성종합화학이 삼성그룹내 유일한 지주회사 체제였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분 50%의 삼성토탈을 자회사로 둔 순수 지주회사였으나 이번 흡수합병으로 사업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됐다.

3세 승계구도 차원에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의 건설부문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이 이런 지주회사 체제를 추가로 모색할지 관심사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은 그러나 삼성SDI-제일모직 합병과는 달리 후계구도와는 큰 관련성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에서 빠져있는, 그룹내 영향이 크지 않은 사업영역이고 전자사업 수직계열화의 흐름에서도 빠져있다"며 "후계구도와 엮을 사업재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종합화학은 합병후 지분구조가 삼성물산 36.99%, 삼성테크윈 22.56%, 삼성SDI 9.08%, 삼성전기 8.97%, 삼성전자 5.25%,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4.91% 순으로 변하게 된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지분 33.2%를 가진 최대주주였으나 합병후 6대 주주로 내려앉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순환 출자구조를 통해 삼성물산을 간접 지배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지는 않다.

회사 관계자도 "3세 승계구도와는 큰 관계가 없는 석유화학사업의 시너지창출을 위한 계열사 재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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