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은 올해 들어서도 전세금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해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 수요도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전세금은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꿈틀'하는 집값 위에 '고공비행'하는 전세금

주택금융공사가 올해 1월 발표한 2013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수요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중 전세로 사는 1천273가구의 임차보증금은 평균 1억2천475만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조사 때(7천528만원)보다 65.7%(4천947만원) 급증했다.

특히 전세가격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21.4%에서 37.0%로, 2억원 이상 가구 비율은 4.6%에서 18.5%로 각각 늘었다.

문제는 주택 매매가격 상승 추세가 미미한데 비해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60개월 연속 상승(전월 대비)했다.

상승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해 1분기 전세가격 상승률은 1월 0.49%, 2월 0.59%, 3월 0.66%로 계속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1월 0.28%·2월 0.36%·3월 0.54%)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크다.

이에 비해 주택 매매가격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완연한 상승 기조로 들어섰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달 첫주 서울의 아파트 값은 전 주에 비해 0.01% 떨어지며 2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규제 완화 분위기로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15주 연속 상승했지만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 이후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逆) 전세난으로 '전세버블' 붕괴 우려

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집값은 회복세가 미약한데 전세가격은 계속 치솟으면서 집을 팔거나 경매에 부쳐도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나오지 않는 '깡통주택'은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됐다.

세입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듯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가입금액은 2012년 9천289억원에서 지난해 1조1천572억원으로 24.6% 증가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한숨 소리만 큰 것은 아니다. 치솟는 전세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전세보증금 대부분을 빚 갚은데 써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경우 목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 주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 조사에서 보유주택 임대자 중 계속 전세를 주고 싶다는 응답자 297가구 가운데 절반 가량(47.9%)은 전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이유가 '전세금을 반환하려면 목돈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특히 앞으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장 닥치지는 않겠지만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문제는 예전에 역 전세난이 나타났던 때보다 지금 전세가격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집 주인의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지거나, 반환 부담때문에 최근 정체상태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