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인력 감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매년 수억원씩 받는 고비용 인력인 임원은 1년 새 절반 넘게 그만뒀다.

8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외환·우리·하나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직원은 지난해 말 6만8천954명으로, 1년 전보다 271명 감소했다.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시중은행에서 합병이나 파산 등 특수한 요인 없이 직원 규모가 줄어든 건 다소 이례적이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은 159명이 줄었고, 통합을 앞둔 하나은행(105명)과 외환은행(67명)에서도 이와 비슷한 숫자의 자리가 사라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의 직원 감소에는 우리카드 분사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특히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외국계 은행의 감원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말 200명을 내보냈다. 2012년에 199명을 줄인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또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규모와 관련해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여서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어제 인사담당 부행장이 희망퇴직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며 "희망퇴직 목표가 650명인 것으로 자체 파악됐다"고 반박했다.

은행원의 인력 감축은 임원에 비해선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시중은행 임원은 지난해 9월 말 254명으로, 2012년 9월보다 127명(33.3%) 줄었다.

은행들이 경영진을 슬림화하는 '바람'이 분 데다 지난해 대거 교체된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큰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결과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임원(상무·전무·부행장)을 17명으로 8명 줄였다.

우리은행은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을 전후해 임원을 22명에서 20명으로 줄였으며, 하나은행도 임원이 16명에서 14명으로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부행장 3명의 후속 인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선임까지 고려하면 1년 만에 은행 임원이 절반 넘게 짐을 싸서 나간 셈"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익성이 나아지더라도 이처럼 줄어든 인력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창구 거래가 줄어들고 업무 자동화가 진전돼 노동집약적인 점포 운영에 인력을 투입할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1년 말 4천311개였던 시중은행들의 국내 지점은 지난해 9월 말 4천228개로 감소했다.

SC은행은 지점을 25%가량(약 100개) 줄이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점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씨티은행도 지난해 지점을 218개에서 191개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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