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배당률을 높이려는 것은 방만경영에 대한 견제와 부족한 세수 충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배당률이 높아지면 민간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적당한가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출자한 37개 정부출자기관에 대해 지분만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경영성과인 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은 주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4천339억원, 2011년에는 6천48조원을 받았고 2012년에는 4천868조원을 받아 세외수입으로 잡았다.

문제는 현재의 배당 수준이 적정하냐는 것이다.

김지영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배당성향 비교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0년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해 정부배당 대상기업에 속한 24개 공공기관의 배당성향(현금배당금/당기순이익)은 평균 16.33%였다.

이는 그 해 당기순이익이 흑자였던 비금융 민간기업 878곳의 평균 배당성향(25.27%)을 한참 밑돈다.

특히 민간의 배당결정방식을 따랐을 경우를 가정한 예상 배당성향(18.46%)보다 실제치가 낮다. 예컨대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항만공사, 공항공사, 철도공사, 한국전력, 석유공사의 경우 실제배당성향이 예상배당성향보다 낮았다. 이는 이익이 있는데도 제대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결과, 자본금 대비 배당수입을 나타내는 배당률을 보면 2008년 1.96%, 2009년 0.63%, 2010년 0.44%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기간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출자하지 않고 국채를 보유했을 때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출자기관으로부터의 정부 배당이 자본투입비용만큼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주먹구구' 배당제도

기관 탓만 하기도 어렵다. 제도 자체도 허술하다.

한국철도공사는 2010년 이익잔여금으로 1천638억원이 발생했지만 한국철도공사법상 전체 이익금(6천486억원)의 40%(2천594억원) 이상을 적립해야 해 순이익이 났는데도 이를 모두 이익준비금과 사업확장적립금으로 사내에 유보했다. 일본에서는 사업확장적립금에 적립하는 것보다 국고납부가 우선이다.

정부가 임의로 배당을 깎아준 사례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9년 6천억원대 순이익을 냈지만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 부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기재부가 배당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간접지원인 셈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도 2009년에는 다른 해에 견줘 10%포인트 이상 배당성향이 낮았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책금융기관에 배당을 면제해준 덕분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법상 '정부출자기업체의 정부배당에 관한 기준'에 '적정하게 배당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문구만 있어서 순이익 규모, 재무안정성 등 명시적 지표 대신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배당수입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금이 내부유보금으로 적립돼 사내 복지로 전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지영 연구위원은 "내부유보금이 사내 복지 등으로 전환되면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배당가능 이익이 있는데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의 세입이 감소하고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 저배당 관행 깨지나

정부가 공공기관의 사내유보금을 제한하고 배당을 늘리면 민간 기업의 배당 관행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상장기업의 배당률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유보금을 줄이고 배당을 늘리도록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5~2011년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2%다.

이는 프랑스(51%), 영국(48%), 독일(47%), 미국(38%), 일본(34%) 등 선진국에 견줘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터키(54%), 브라질(49%), 인도네시아(48%), 멕시코(31%) 등 신흥국보다도 낮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이토록 낮은 것은 기업이 배당보다 현금 보유나 재투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세율 구조도 배당을 꺼리도록 짜여 있다. 우리 세법은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반면, 상장기업 주식의 자본이득(양도차익)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이처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배당보다 주가 변동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증시의 거의 유일한 수익원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기업에 묶여 있던 돈이 가계로 풀려 가계의 소비여력을 키우고 가계부채 부담을 덜 수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배당소득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익금이 배당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주주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