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들이 경기침체와 불황에도 아랑곳 없이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재벌 총수는 해당 기업이 벌어들인 금액 이상을 배당으로 빼내갔고, 적자기업에서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14일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총 100억원을 배당했다.

이들 부자는 지난해 광영토건 순이익(7억7천만원)의 무려 13배를 배당금으로 가져간 셈이다.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통상 20% 내외로 순이익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12억원과 2억원씩을 배당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동부생명보험에서 10억원을 배당 받았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는 비상장 계열사인 이노션으로부터 29억원을 받았고, 정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에서 34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삼우의 배당 성향은 93.7%로 사실상 순이익 전부를 배당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1차 협력사인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이 된 지 10여년만에 매출액이 50배 가량 늘었다.

현대커머셜은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과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에게 57억원을 배당했다.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인 허서홍씨 등 GS그룹 4세들과 친인척이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배당받은 금액(104억원)이 전년도(5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2009년 이후 매년 약 100억원씩을 챙긴 허 회장의 동생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은 이번에는 29억원으로 배당액이 줄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는 범한판토스는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에게 97억원을 배당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게 101억원,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차남 이해승씨에게 53억원과 1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 부회장은 대림I&S에서도 82억원을 받았다.

삼성그룹 비상장사인 삼성SDS와 삼성자산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각각 22억원과 14억원을 배당했다.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도 7억5천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천98개 중 아직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420개(38.3%)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수 일가가 챙긴 배당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 배당 부자는 거대 그룹에만 있지 않았다.

신흥 재벌인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56억원) 등 일가족 4명에게 89억원을 배당했고, 비알코리아도 허 회장 외 3명에게 90억원을 배당했다.

교원그룹 비상장사인 교원과 교원구몬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에게 203억원을 배당했으며, 박병구 모빌코리아윤활유 대표는 118억9천만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계열사의 거액 배당이 상장사 주주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총수 일가가 빼돌린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 비상장사 대부분은 주요 거래처가 계열 상장사로 내부거래 비율이 매우 높다"면서 "주력회사에 빨대를 꽂아 이익을 빨아먹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모기업이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생긴 이익을 (총수 일가가) 챙겼다면 이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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