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자 공기업의 이익배당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공기업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과도할 정도의 사내유보금을 적립하는 관행을 막고 세외수입을 늘려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출자기업 배당 확대는 최근 대기업이 수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와 배당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여파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출자기관의 불필요한 내부유보를 억제하고 안정적 세외수입 확보,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실현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출자기업의 합리적 배당모형을 연구해 실행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최근 '정부출자기업 배당정책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내용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정부배당 정책 조사, 국내 민간기업의 배당수준 분석, 정부 출자기업의 적립금 현황 분석, 배당산정 방식 검토 등이다.

기재부는 상반기중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부처 및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하반기에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유보금이 순기능도 있지만 직원 복지확대 등 방만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자금배분의 투명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익금은 배당과 증자 과정을 통해 자금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배당을 늘리면 정부 재정도 튼튼해지지만 소비확대로 이어져 내수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유재산법상 정부배당 대상 기업은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주택금융공사, 산은 금융지주 등 37곳이다. 이 가운데 일반회계 소관은 29곳,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특별회계·기금 소관은 8곳이다.

배당은 정부 세입여건, 각 출자기관의 경영여건 및 투자계획 등을 감안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된다.

정부는 작년에 일반회계 소관 출자기관중 이익이 발생한 19개 기관으로부터 4천868억원의 세외수입을 올렸다. 경기둔화에 따른 이익감소로 2012년(6천48억원)에 비해 1천180억원이 줄었다. 19개 기관의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24.19%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공기업 이익잉여금의 적립한도가 자본금의 1/4인데 비해 마사회, 공항공사 등 국내 공기업은 1/2분에 달해 이익준비금의 적정 산정기준이 필요하고 공기업의 여유자금은 국고로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의 출자기업 배당확대 요구는 민간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은 1.0%로 영국(3.5%), 프랑스(3.2%), 독일, 캐나다(이상 2.9%), 미국(1.9%), 중국(3.1%) 등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2000년대 초반 2% 내외에서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0.8%에 그친다.

반면에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말 현재 10대 기업의 유보금 총액은 477조원에 달한다. 공기업 가운데 가스공사의 임의 적립금은 5조8천억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나 배당에 나설 수 있도록 적정규모를 초과하는 유보이익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말 이와 관련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직 미온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을 포함한 상장기업의 배당률이 워낙 낮아 공공기관의 배당률을 높인다면 분명히 민간 기업들에 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배당 확대는 공공기관 개혁의 목적인 '부채축소'와는 상충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재정상태를 잘 감안해 배당 수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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