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부모가 자식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아동학대 못 막는다. 잇단 아동학대, 집안문제 아닌 끔찍한 범죄다

몇 해 전 ‘노인학대’(老人虐待)로 온 나라가 떠들석 하더니 이번에는 아동학대(child abuse)가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아동학대(兒童虐待)를 예방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兒童虐待)는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인적(人的)·물적(物的) 인프라 확대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동학대(兒童虐待)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에 경악하고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 엄벌하는 것 못지않게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는 9월 아동학대 처벌과 신고 의무 강화 등을 근간으로 하는 ‘아동학대 특례법’(兒童虐待特例法) 시행으로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아동학대가 ‘남의 집 문제’나 ‘계모의 악행’이 아니라 끔찍한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지 않으면 이번 의붓딸 학대 사망사건과 같은 동일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부모가 어린이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로 여기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전근대적 사고방식이나, 체벌을 훈육의 방식으로 용인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아동학대(兒童虐待)는 사라지기 힘들다.

통계에 의하면 아동학대의 87%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84%는 친부모를 포함한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그렇게 벌어진 아동학대로 많게는 한 해 10명 넘는 어린이가 죽었다.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새엄마와 딸을 학대한 친아버지에게 법원이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3년을 선고했다.울산에서도 같은 혐의를 받은 새엄마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두 사건은 보호 능력이 없는 어린이에게 가해진 지속적 학대와 폭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선고 결과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판결이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독립된 인격체"이다.“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체벌은 금방 학대로 연결되기 쉽다. “훈육과 폭력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또한 “부모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의 보호자여서 처벌도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모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를 위한 예방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현재 아동학대 관련 업무는 전담 행정부처나 기관 없이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에 흩어져 있다.

아동학대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12년간 통계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로 인해 숨진 어린이가 97명으로, 이는 학대차원을 넘어선 크나큰 범죄다.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학대당한 아동의 숫자가 6403건으로 이중 10명의 아동들이 목숨을 잃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아동학대 희생자까지를 포함시키면 피해숫자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아동학대(兒童虐待)는 저항력도 없고 제 3자의 도움을 청할 형편도 아닌 어린아이가 고립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범죄다. 훈계를 빙자해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들의 행위야 말로 용납되서는 안되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선진국처럼 보다 엄격한 양형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이런 아동학대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인간학대가 만연해 있고 날로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 사회 지도층은 이 일반화된 인간학대에 대해, 특히 인간학대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도 방조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사회적 살인’에 대해서 관심을 표하고 목청을 높여야 마땅할 것이다. 선고형량과 관련해서도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과 가정폭력에 관대한 기존의 정서, 주변의 무관심, 허술한 아동보호 체계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사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다른 법륜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는 최근 발생하는 아동학대 치사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야만적인 범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해 아동학대가 더이상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와 같이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고는 하나 여론들은 법원이 법의 잦대로만 판단한,깊이가 부족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문제는 결국 사회적인 이슈로 떠 올랐다.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부도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매우 준엄해졌다.온 나라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법원이 아동학대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이 모든 노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제 법원은 아동학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을 함으로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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