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 수사' 뒷말 난무

[중앙뉴스=윤지현 기자] 유우성(34)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위조된 중국 정부의 공문서를 법원에 제출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국정원 증거조작' 결과가 발표됐다.

▲ 남재준 국정원장


검찰은 국정원 직원 2명을 추가로 불구속 기소하되,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윗선'은 무혐의 처분했다. 위조된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검사 2명도 면죄부를 받았다.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검찰은 이 모 대공수사처장(3급)과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 등 국정원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자살을 시도해 입원 중인 권 모 대공수사국 과장은 시한부 기소중지하기로 했다.

이 처장 등에게는 모해증거위조 및 사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국가보안법의 날조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1일 같은 혐의로 국정원 대공수사처 김 모 과장과 협조자 김원하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로써 증거조작 사건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국정원 직원은 중하위직 4명과 민간인 협력자 1명에 그치게 됐다.

검찰은 이 처장의 지시 아래 권 과장과 김 과장, 이 영사 등이 증거조작 실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 사람은 중국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조회서와 유씨의 변호인이 제출한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위조된 화룡시 명의의 유씨 출입경기록이'화룡시에서 발급한 것이 맞다'는 허위 확인서를 이 영사로 하여금 작성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반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물론 담당 국장과 단장 등'윗선'은 모두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윤갑근 수사팀장은"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들은 단장 이상의 상급자에게 증거 입수 경위와 관련하여 보고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국정원 전문 및 전문 결재 관련 조사 결과도 이 주장에 부합한다"며 무혐의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처장과 김 과장 등이 증거조작을 위해 중국 선양총영사관에 보낸 전문은 2급인 대공수사단장이 결재권자인데, 검찰은 대공수사국장과 단장 등이 증거 입수 경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한 것을 받아들인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공문서 위조에 적지 않은 예산이 쓰이고 중국 주재 영사관까지 가담시킨 증거조작을 3급 처장 수준에서 주도했다는 설명이 얼마나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는 반응이다.

수사팀은 위조된 문건을 재판부에 낸 검사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윤 팀장은 "국정원 수사팀 관련자 등은 해당 검사들과 협의하면서 증거 입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검사들이 위조에 관여한 바 없고 검사들이 위조한 사실을 알고도 증거로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쪽 진술이 결정적인 무혐의 처분 이유가 된 것.

"(국정원·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 회신 내용이 공개(2월14일)되면서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2개월, 검찰이 공식 수사 체제로 돌입(3월7일)한 지 38일 만에 내놓은 수사결과를 두고서 검찰 안팎에서는 "예상됐던 시나리오",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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