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고 해도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태에 이르고 있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계당국에서 신경을 써왔다. 더구나 박근혜정부는 취임 초에 4대악 사건예방을 위한 지침을 시달하고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 왔다. 4대폭력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폭력은 어린 학생들이 당사자로 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관계당국이나 학교 측에서는 입만 열면 엄벌이라고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척하면서도 실제로 나타나는 현실은 축소 내지 은폐에 급급해온 느낌이다. 곧이곧대로 사실을 발표하면 상부기관으로부터 문책 받을 것을 먼저 걱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관이 이러하니 막상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실의 선생님 사정은 어떻겠는가.

담임교사는 교실 책임자로서 사건이 발생하면 교장에게 신속하게 보고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자칫 교사로서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무능교사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책상 깊숙이 사건을 감춰버린다. 상부기관과 하급기관 다시 말하자면 교육청과 학교 사이의 은폐 축소가 교장과 교사 사이에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이 확연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해결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리다. 이렇게 되면 가해자는 큰소리치고 피해자는 주눅이 드는 기현상이 생긴다. 이런 세상에서 정의는 어디에서 찾으며 공익은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관계당국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은폐 축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선을 바라는 것은 한낱 일가춘몽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사실 학생들이 약한 학생을 괴롭혀온 것은 그 역사가 깊다. 처음에는 강자를 가리는 힘의 싸움이었지만 나중에는 집단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더욱 발전하여 금품갈취 등 지극히 치사하고 저열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발생한 학생의 폭력희생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주외고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후배학생을 훈도한다는 명목에서 선배학생이 주먹을 휘두른 것이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것이다. 본의 아닌 큰 실수로 지적된다.

평소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라는 매뉴얼이 있었다면 그대로 따랐을 것인데 마구잡이로 손쉬운 구타를 선택했으니 평소에 훈련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런 사태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가정과 사회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식적이고 일시적인 방편으로만 일관하는 관계당국은 각별한 사명감을 다시 한번 다지면서 미연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범국민운동본부(회장 노인균. 본부장 전상제)는 학교폭력예방신문까지 발행하면서 10여년 넘게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어 국민의 찬사를 받는다. 4.19혁명의 주역으로 야당총수를 역임한 이기택,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관용, 원내총무 출신의 김현규 등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이 운동을 창립한 필자는 각급기관과 회사, 학교 등의 초청을 받아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강연 형식으로 전개 중이다. 특히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한 학교폭력 양상은 어린 학생들에게 씻기 어려운 고통을 안긴다.

돈을 빼앗기는데 그치지 않고 피해학생의 집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술을 마시고 잠까지 자고 가는 방약무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견디다 못한 학생이 비참한 심경을 유서로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일도 생기지 않았는가. 차라리 몇 대 맞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금품갈취란  성격상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돈을 빼앗고 “만일 경찰이나 선생님에게 신고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공갈 협박을 하면 신고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실제상황이다. 이를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 이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한국축구클럽연맹 사무총장 김병환이다. 그는 함께 근무한 석동룡의 보좌를 받으며 체크카드에 착안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위험을 덜고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사용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은행과 부모에게 알려질 수 있는 게 카드의 유용점이다. 피해학생이 가해자의 강요에 의해 카드를 사용했을 때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전달된다. 신고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고된 것이다.

학생증으로 대용되기도 한다. 이를 알게 된 가해자들은 이제 카드사용을 강요하지도 못하고 갈취행위는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채택하는 은행은 약 700만 명의 학생고객을 확보하게 되고 처음에는 사용액이 미미할지라도 그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의 미래고객이라고 생각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된다.

교육청과 은행이 심도 있게 연구하면 학교폭력 예방에 결정적 역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엄명한 4대 폭력의 가장 큰 모서리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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