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를 담당하는 해양경찰 진도 해상교통관제(VTS)센터가 규정을 어기고 세월호의 이상징후를 전혀 모니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주로 항해하던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갑자기 서남쪽으로 100도 이상 급선회했다.

그러다 8시 52분 13초에 다시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느리게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하지만 해경이 20일 공개한 진도연안 VTS센터 교신기록에는 관제센터가 오전 9시 5분까지만 해도 세월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다른 선박과 일상적인 교신을 한 것으로 나온다.

진도 관제센터는 당시 모든 선박에 조류정보를 알리는 한편 개별 선박으로부터 출항·진입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이상징후를 보이고 나서 18분이 지난 9시 6분에야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를 호출했다. 1분 뒤에 연결되자 "지금 침몰중입니까?"라고 물었다.

선박과 연결이 되자마자 갑자기 침몰하는지 물어봤다는 것은 모니터로 세월호가 정상 운항하는지 살피지 않다가 다른 경로로 세월호의 긴급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제주 관제센터는 8시 55분 세월호와 교신했으며 해경 상황실은 8시 58분 신고 전화를 받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경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를 모니터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던 것은 법령에 규정된 선박교통관제업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해상안전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선박교통관제업무에는 선박의 좌초·충돌 등의 위험이 있는지를 관찰해 해양사고 예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

관제구역에서 선박의 이상징후를 주시해 사고 예방이나 비상상황 대응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해경의 '연안 해상교통관제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도 제9조(관제절차)에 4단계 관제 절차가 나와있다.

1단계 관찰 확인(관제구역에서 이동 중인 선박의 좌초·충돌 등의 위험이 있는지 모니터하는 것), 2단계 정보 제공, 3단계 조언·권고, 4단계 지시 등이다.

해상교통관제 적용 선박은 국제항해에 취항하는 선박이나 총톤수 300t 이상의 선박(단 내항어선은 제외), 여객선 등으로 세월호는 관제 대상이다.

한편 교신 녹취록을 보면 세월호는 오전 7시 넘어 진도연안 관제센터의 관제구역에 들어갔지만 다른 여러 선박과 달리 진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은 관제구역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관제센터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가까운 진도 관제센터가 아니라 80㎞가량 떨어진 제주 관제센터에 먼저 도움을 요청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

관제센터마다 할당된 초단파 무선통신(VHF) 번호가 달라 세월호와 제주 관제센터가 교신하면 진도 관제센터에서는 교신 사실을 알 수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제센터가 해수부와 해경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인천, 부산, 마산 등 국내 항만 중심으로 15곳의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경은 진도 등 2곳에 관제센터를 두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