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말은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정형편에서 자란 아이가 결국 나쁜 길로 접어들어 비행을 일삼다가 정말 큰 죄를 짓게 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 학교폭력 사건을 비롯하여 각종 소년사건에는 평범하게 자라던 아이들도 여러 잘못으로 인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어 법정에 서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으로 고소를 당한 후 경찰조사에서는?

가정법원은 이혼을 하러 가는 곳인 줄만 알았던 김모씨는 평범하게 자라던 자신의 아이 A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심리기일에 출석하기 위하여 가정법원을 찾았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A는 같은 반 학생 B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때려서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당하게 되었다. 이에 놀란 김모씨는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A는 B를 다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장난을 좀 심하게 친 것이라고 했다. 알아보니, B가 크게 다친 것은 아니고 넘어지면서 동전 크기 정도의 멍이 든 것이 전부라고 하여 김모씨는 일단 안심을 했다.

하지만 김모씨는 B학생의 부모가 A와 다른 학생들을 함께 고소한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놀랐다. 경찰이 전화하여 조사를 받으라고 하기에 아이와 함께 동석하여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조서를 작성하여 살펴보라고 했지만 처음 당하는 일에 정신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어느날 법원에서 A가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처음으로 법원이라는 곳에 출석하면서 들었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변호사를 보조인으로 선임하였지만 자신의 잘못인 양 큰 자책감이 들었다. 기록을 등사하여 검토한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경찰에서 작성했던 조서에 A가 피해학생이 고통스러워 할 것을 알고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계속 괴롭혔다는 식으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모씨는 경찰조사 당시 경황이 없어 제대로 조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지난 일을 후회하기 보다는 변호사가 조언하는 대로 각종 의견서와 보호능력에 관한 서류 등을 모두 준비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다행히도 담당 판사는 각종 자료를 참고하여 A에게 보호자 감호 위탁이라는 가벼운 보호처분을 하였다. 만약 경찰 조사에서 A가 사실과 다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좀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는 변호사의 안타까움이 섞인 말을 듣고 김모씨는 잠시 후회를 하기는 하였지만, 아이가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다른 친구를 배려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보람 변호사(법률사무소 아이로이어)는 “학교폭력 문제로 고소를 당하여 경찰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때에는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누구나 당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관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답하여야 하며, 특히 불리한 측면의 질문을 받을 때에는 보다 명확하게 그 뜻을 물어 왜곡된 답변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보람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경찰 조사 끝에 경찰관의 질문과 아이가 한 답변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후 신문 조서에 날인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 첫날, 갑자기…

이모씨는 아들 C의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늘 자부심을 가져왔다. C는 학교에서도 매우 공부를 잘하여 인정을 받는 학생이었지만 무엇보다 예의바르고 부모를 공경하는 면이 훌륭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모씨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놀라게 되었다. 아들 C가 어떤 빌딩 안에서 한 여성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혀 학교에 확인하러 경찰이 왔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조사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으며 이모씨는 무언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여 아이로 하여금 정신과 진료도 받게 하였다. 그리고 이후 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심리기일에 출석하여 모든 잘못을 빌 것을 다짐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마자 판사는 C를 서울소년심사분류원에 위탁하는 결정을 했다. 용서를 빌면 모든 문제가 끝날 줄 알았던 이모씨는 갑자기 아이가 체포되어 구속된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매일 아이를 찾아가 면담을 하면서야 아이의 문제가 가볍게 용서를 받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하고 아이 치료내역과 진단서, 탄원서 등을 준비하면서 이모씨는 생애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며 크게 상심했다. 하지만 아이를 접견하고 온 변호사는 아이가 크게 반성하고 있으며 특히 부모에게 큰 죄송함을 느끼고 있으니 지금의 시련을 잘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후 이모씨 부부는 매일 아이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서울소년심사분류원에서 성실하게 생활하며 조사를 받고, 교육을 받기로 다짐했다.

여러 도움으로 적절한 서류를 모두 만들어서 법원에 제출하였고 보조인 변호사의 의견서도 제출되었다. 이모씨는 재판에서 다시 한번 만난 판사에게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사도 아이의 개선가능성과 부모의 보호능력 등에 대하여 상세히 의견을 진술하는 한편, 격리보다는 가족의 보호 속에서 더 적절히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처음 재판에서 아이가 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이래 하루도 편하게 잠들 수 없었던 이모씨는 결국 아이가 보호관찰 등의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아이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야 비로소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돌아오면서 아이와 다시는 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렇게 소년보호사건송치가 된 후 첫 번 째 심리기일(재판)에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결정이 되는 경우에 관하여 이보람 변호사는 “보호처분의 결정전에도 소년법 제18조에 따라 판사가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사례와 같이 어떠한 비행 사실도 없이 처음 법정에 서게 된 아이들의 경우에도 소년분류심사원 등에 위탁하는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로서는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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