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교장 추천 학비 지원자 수를 더 많이 배정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지원 비율을 일괄적으로 제한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사는 학생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데도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맹점을 바로잡기 위한 조처다.

2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비 학교장 추천제는 '국민기초수급자·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법정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 130% 이하인 가정'(통칭 기준적합자)에 속하지 않은 학생도 부모의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 등으로 지원이 필요한 경우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학비를 전액 혹은 일부 지원해주는 제도다.

구체적인 기준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정하는데 서울의 경우 일반고는 기준적합자의 20%,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는 경제적 배려대상자 중 소득은 최저생계비의 150%가 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지역별·학교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교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문제가 발생했다.

예컨대 지난해 8월 1일 기준 마포구의 K고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95% 이하인 학생이 13명으로 기준적합자(128명)의 10.1%인 반면, 송파구의 I고교는 최저생계비 195% 이하가 108명으로 기준적합자(444명)의 24.3%에 달했다.

K고에 다니는 학생은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의 195%를 초과해도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I고 학생은 195% 이하여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시교육청이 지난 1월 22∼28일 전국 329개교(응답 314개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 조사에서 학교장 추천자 중 소득 수준이 최저 생계비의 300%를 초과하는 학생은 291명(4.6%)으로 집계됐다.

자사고·외고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이들 학교는 최저생계비 300% 초과자 비율이 33.0%였고, 이 중 500% 초과자가 13.8%에 달했다.

경제적 배려대상자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월급은 적지만 기타 소득이 많은 학생이 포함되는 허점이 생겨 일부 학생은 소득 수준이 월평균 774만원(4인 기준)에 달하는데도 학비를 지원받은 것이다.

게다가 최저생계비 비율이 높은 학생은 부채 등 경제적 어려움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47%는 아무런 서류를 내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고는 학교별로 배정 비율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는 추천 대상자를 많이 배정하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적게 주는 식이다.

자사고·외고는 지원대상에서 최저생계비 500% 초과자를 제외토록 했다. 증빙서류 제출도 철저히 점검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각 학교의 학생 소득 수준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께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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