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탈출하고, 사고 발생 한시간까지도 천진난만… 구조 의심하지 않았으나

[중앙뉴스=윤지현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박양이 찍은 동영상을 아버지 박종범씨가 제공해 JTBC '뉴스 9'이 29일 공개한 동영상이 충격적이다. 꽃 같은 아이들이 산 채로 수장됐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의 박예슬 양이 찍은 휴대폰 동영상을 아버지 박종범씨가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며 JTBC에 공개를 부탁했다. JTBC 손석희의 뉴스9 방송화면 캡처.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선실에 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과 대화를 담은 박예슬(17)양의 동영상에서는 선장이 탈출하던 순간까지 학생들이 추호도 참사를 예견하지 못했다.

앞서 '뉴스 9'은 실종자 박수현(17)군이 촬영한 동영상을 27일 공개했는데, 급박한 순간에도 친구와 교사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박군이 남긴 동영상은 모두 두 개다. 첫 번째 동영상은 16일 8시52분27초에서 57분27초까지의 선실 안 상황을, 두 번째 동영상은 8시59분53초에서 9시9분22초까지의 선실 안 상황을 담았다.

박양이 찍은 동영상은 9시 37분부터 시작해 9시 41분 28초에 끝난다. 박군이 찍은 동영상보다 무려 40분이나 지난 상황을 담은 셈이다. 사고가 난 지 한 시간 가깝게 지난 때다. 이미 선장과 선원이 탈출 중인 때이기도 하다.

JTBC가 내보낸 동영상을 보면 안타깝게도 동영상 속 학생들의 모습은 박군이 찍은 동영상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대참사 직전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의 분위기는 밝다.

동영상에서 여학생들은 90도 가깝게 기울어진 세월호 객실 앞 복도에 모여 벽을 바닥 삼아 누워 있다. 이미 배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기울어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교신이 끝나는 시점이지만 학생 대부분의 목소리는 밝기만 하다.

해경의 구조헬기 소리가 들리자 학생들은 안심한 때문인지 "헬리콥터가 와"라고 말하며 장난을 친다. "힘들어. 살려줘. 살려줘"라고 말하지만 장난기가 섞여 있다. 배가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게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게 많이 기울었다. 기울기를 어떻게 풀었지? 원래는 이건데"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가자 한 학생이 "와, 바다로 뛰어 내린다"라고 말한다.

이때까지도 학생들은 구조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셈이다. 한 친구가 "엄마 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울먹이자 학생들은 "살 건데 뭔 소리야" "살아서 보자"라는 말을 건네며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동영상이 끝나는 시간은 9시41분28초. 잠시 후 이준석 선장과 항해사들은 배를 탈출했다. 동영상을 찍은 박양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양이 찍은 동영상은 시청자들에게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이 뒤늦게라도 탈출을 지시했다면, 해경의 대처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학생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경은 9시30분부터 35분까지 헬기에서 경고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헬기 소리에 묻혀 경고방송은 탑승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 세월호 안에 들어가 직접 탈출을 지시하기만 했더라도 온 국민을 울린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양의 아버지는 JTBC를 통해 "(딸이 숨지기 전에 찍은) 이 영상을 꼭 공개해서 우리사회가 공유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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