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와 권익을 전담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월 국회에서 금융위 소관 20여개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를 위한 법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은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서 수차례 언급했던 만큼 당초 목표로 했던 7월 1일 설립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는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지만,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무난한 국회 통과가 예상됐다.


◇ 정부 vs 정치권 멀기만 한 의견차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서 법안 통과는 진통을 겪었고 정치권과 정부는 이견을 좁히는데 결국 실패했다.

정부는 현재의 금융감독원에서 떼어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만든다는 구상을 법안에 담았다.

금감원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금소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기능을 하게 한다는 복안이었다. 금융위를 중심으로 금감원과 금소원이 대등하게 존립하는 '1+2 체제'였다.

그러나 이는 벽에 부딪혔다. 정치권은 금감원의 분리와 함께 금융위도 분리해 금소원의 상위 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2+2 체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논의가 진행될수록 양측은 계속 충돌했다. 금융위를 분리하지 않되 금소원내에 금소위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는데 금소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금소원의 예산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두고 맞선 것이다.

야당은 금소원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금소원이 '독립적인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였다.

이에 예산권은 직접 국회가 관장하고, 금소위의 구성에 국회 추천 인사가 참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야당에도 위원 추천권을 달라고 했다.

정부는 즉각 반대했다. 한국은행도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는 점을 들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도 어느 정도 정부 통제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회 추천권이 주어지면 금융소비자를 위한 기구가 자칫 정치적인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정부는 국회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설립 취지를 크게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증권선물위원회 기능 이관 놓고도 치열한 공방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조치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투자자보호 기능을 하는 만큼 그 기능을 금융위에서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로 이관하자고 국회가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증선위의 기능이 국민의 권리·이익을 박탈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등 정부가 해야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민간기구에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에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 그동안의 논의는 실패로 끝나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다른 쟁점 법안들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 입법 여건도 좋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대한 쟁점 사안들이 해결하기 어려워 기구 설치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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