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원안 사회적 합의 없었다”… 野일부·NGO 강하게 반발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참여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국민행복연금위 탈퇴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지난 2일 늦은 오후,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소득 70%에게 기초연금 10~20만원을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초연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대해 야당 소속 보건복지위 일부 위원들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진보정당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절충안으로 처리되긴 했지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정부 원안에 가깝게 처리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기초연금 정부안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법안에 대한 찬반토론에서 정부안은 여야합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초연금법 찬반토론을 통해 “정부여당안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정부안은 국민연금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도 “기초연금 지급액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하면 공적 연금제도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으로 인해 국민연금 개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도 비판대상이다.

“노후소득 보장없고 재정고갈…우려 공론화돼 있어”

박 의원은 “현행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제대로 못하면서도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가 공론화되어 있다”며 “현세대 빈곤예방 뿐 아니라 후세대의 몫을 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에 연계할 경우 국민연금 개혁논의를 봉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월 지급받는 기초연금 수급액이 물가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기초연금은 매년 물가에 의해 조정되고, 5년에 한 번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 여당안을 사실상 물가에 연동안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국민들의 소득상승률에 낮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매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정부안은 사실상 물가변동률만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물가인상률보다 평균소득인상률보다 낮은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낮아지고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3일 논평을 내고 “일말의 양심도 없는 새누리당의 밀어붙이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동조한 야합의 결과물”이라며 “국민 복지를 내팽개치고 탈출한 새누리당과 이에 동조한 새정치민주연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국민 기만극에 동조자가 되었다”면서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의 선장과 여기에 동조한 선원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것이 새정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은 권력의 2중대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난에도 변명할 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적 안전망 부재로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와 무능하고 부실한 구조대책으로 숱한 아이들을 잃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지금, 야당마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의 기초연금법안을 통과시키는데 명분을 만들어주는 그런 부끄러운 조연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했다”고 비난했다.

또 “겉으로는 그것이 민생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당장의 표 계산에만 몰두해서 국민연금의 토대를 뒤흔들어도 어르신들께는 결국, 일부는 제외하고 차별지급을 하는 그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25개 단체로 이뤄진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은 기초연금 절충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 이날 성명을 내고 “미래세대의 노후를 보장할 공적연금 체제 보호가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연금행동은 “공적연금에 대한 거부가 발생하고, 세대 간 갈등은 지금보다 더 첨예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금행동은 또 “공적연금의 후퇴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차단됐다”며 “기초연금은 공적연금의 근간을 갉아먹는 역사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하위 노인 70% 기초연금 10만~20만원 차등지급

그렇다면 7월부터 받게 될 기초연금 대상자와 연금액은 얼마일까?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639만명 중 447만명이다. 이 중 406만명은 20만원을 받고 나머지 41만명은 20만원 미만이 지급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인 단기 가입자는 최고액 월 20만원을 받지만, 2012년부터는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깎여 20년이 될 경우 수급액이 월 10만원까지 줄어든다.

단 저소득 장기가입자가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원 이하이고 가입기간이 긴 약 12만명에게는 월 2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액 30만원 부근에서 전체 수급액(국민연금+기초연금)의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액이 30만~40만원인 사람은 기초연금액+국민연금액이 최소 50만원이 되도록 조정했다.

골프·콘도 등 고가회원권과 4000만원 이상 또는 배기량 3000㏄ 이상 고급 승용차는 기본재산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월 100%의 소득환산율을 적용,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정치연합지도부, 법안상정 동의… 표결 순탄치 않아

한편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금법은 지난 2일 밤 11시10분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195명 가운데 140명이 찬성했고 49명이 반대했으며 6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법안 상정에 동의해주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 이견을 표시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법안 처리에 협조했음에도 표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수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원내대표간 절충안을 수용할지를 두고서 격론을 벌였다. 합의안 수용이 어려워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 하되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 역시 당내에서는 격렬한 논란에 부딪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일부 의원들 때문이었다.

법안처리 당일인 2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안철수 공동대표 등 일부 의원 제외)은 논리로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본회의 상정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정부 여당안 표결을 용인하려 하자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90일 지연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라도 이날 법안 처리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의총이 끝나자 전격적으로 복지위가 개최되어 기초연금법은 처리됐다. 복지위 전체회의 개최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이목희 의원은 “군사쿠테타를 하듯이 법안을 처리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한 뒤 퇴장하기도 했다.

이후 복지위와 법사위는 국회법에서 허용하는 규정을 총동원해 가장 빠른 의결절차를 본회의에 올라갔고, 당일날 표결처리 됐다. 법안 상임위 심사에서 본회의 처리까지 채 6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을 오래 낼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다면 어느 누가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하려 하겠냐”며 “많은 수의 국민연금 미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하게 되고 저소득 가입자는 국민연금을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법 하위법령을 오는 8일 관보에 게재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7월부터 기초연금이 차질 없이 지급될 수 있도록 법제처와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기초연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조속히 제정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20일로 줄여 이들 하위 법령을 오는 8일 관보에 게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특히 기초연금이 잘못 지급돼 혼란이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전산 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9일 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협조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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