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어버이 날’로 자신의 어버이에 대한 은혜에 감사하며,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만의 전통적 미덕(美德)인 孝을 기리는 날입니다. 나는 매년 맞이하는 어버이 날이면 은혜에 감사하고 싶어도 그런 어른이 안계시니 한 없이 ‘그런 사람’이 그리워 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를 되돌아 볼때 나의 주된 관심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를 이루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갈까 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을 알고 어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하게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60대 중반이 넘어가니 예전에 비하면 현재는 어떠한 삶이 가치있고 훌륭한 삶인가 하는데에 나의 관심과 고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人文學과 孝에 대한 공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문학이 인간의 가치탐구 특히 ‘나’의 삶에 대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다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세상 일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일에 관심을 가질수는 없기에, 한정된 나의 능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만 관심을 갖고 집중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볼때 나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며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보다 남에게 잘 보이기위한 외면에 치중하며 살아온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오늘을 있게 해주신 할머님께서 살아 계실때는 할머님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을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야 그 소중한 사람의 존재 가치를 늦게나마 아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자기의 곁을 떠난후 후회하기 전에 살아 계실적에 관심을 갖고 孝를 실천하여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제 어느덧 60대 중반이 넘어가니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나에게 가장 소중한 분은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니 말입니다.

손자인 나에게 무한한 꿈과 희망을 가지셨던 할머님은 가셨지만, 할머님께서 살아 생전에 손자와 함께 살아가시고 싶어했던 세상을 이제 내가 살아가야 할 몫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안계신 할머님을 기억하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외형보다는 내면에, 성과보다는 가치에 집중하며 묵묵히 나머지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매일매일 다짐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할머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아니 그보다 더 큰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철저하게 나의 삶과 나의 도움이 필요한 타인이 행복하도록 도와주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도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孝재단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그것이 할머님께 보답하는 진정한 사죄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외면만을 중시하며, 개인의 안일에만 눈이 멀어 나의 이성과 양심의 소리에 귀를 막고, 어른에 대한 은혜를 망각하며 삶의 조화와 균형을 잃고 살았기에 지나온 세월은 과오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의 지나온 인생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주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함석헌(咸錫憲, 1901.3.13 ~ 1989.2.4)선생의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입니다.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 다오’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다하여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감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돌아가신 할머님외에는 ‘그런 사람’을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서운해 하지 않는것은 내가 남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는데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도 하면서 그게 성공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철이 들어 생각한 것은 힘들 때 마음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내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헛된 만남보다는 단 한사람이라도 진실한 사람이 있어야 외롭지 않습니다. 내가 외롭고 어려울 때 쏜살같이 달려와 손을 내밀어 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그 사람에게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신뢰할 수 있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質이지 量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런 사람’은 누구입니까? 혹시 당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쏜살같이 달려와서 마치 당신의 일처럼 도와줄 ‘그런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는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당신 인생의 성적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먼 훗날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면서  ‘나는 그런 사람을 가졌었다’를 외치도록 정말 늦었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에서 자신의 내면과 영혼을 닦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즉 사회적 지위나 체면등 외형적인 면보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충족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상승이나 성취보다 주위의 사람들이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도 나의 일방적인 생각과 주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의 깊이와 향기가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는 방법을 통해서 실현해 보고자 합니다.
  
이제부터는 갈수록 무뎌지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다듬으면서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의 소중함, 매일매일 살아 있다는 고마움,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서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깊은 내면의 소리에 관심을 갖고 나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바를 찾아보는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런 사람’을 가지고 있습니까?”하고 물어보며 자신만의 지혜롭고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한알의 밀알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게 孝(HYO=Humanity between/of Young and Old)의 정신이고 人道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효 리더십연구소장 / 교육학박사 고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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