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4월16일 일어난 참사가 어버이날인 5월8일 현재 끝나지 못하고 진도 맹골수도에서 맴돌고 있는 현실은 모든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구조자와 사망자 그리고 실종자가 얼기설기 얽혀져 있다고 하지만 재난본부에서는 지금도 구조자 숫자를 다시 고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당초 승선자 명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선박회사에 책임이 있다. 무임 승차자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탑승인원을 정확하게 발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사건 첫날부터 모두 속아 넘어갔다. 구조자를 중복 계산하여 대부분 구조되었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은 극에 달했다.

국민들은 재난본부나 해경 그리고 해수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야 겨우 틀을 잡은 줄 알았는데 이제 또다시 숫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다만 아직도 구조되지 못하고 있는 30여 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 민간 잠수사와 해군 그리고 해경의 희생적인 구조작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는 민간 잠수사 한 사람이 물속에서 기뇌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생겼다. 그의 헌신에 대해서는 의사자 선정이 확실해져야 하겠지만 이러한 희생자들을 두고도 다른데 눈을 팔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감출 길 없다.

옛말에 “도둑놈은 난장판이 좋다”는 속담이 떠돈다. 지금 팽목항 일대는 난리 속이다. 오죽했으면 꼭 필요한 관계자 아니면 가능한 한 진도를 방문하지 말아달라는 특별요청까지 했을까. 24시간 생방송을 하고 있는 비상시국인데 얼굴 좀 내밀고 싶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기웃거리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앞둔 이름깨나 있는 후보자들이 멋을 내려고 현장을 찾았다가 차가운 눈총을 받고 얼른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민주노총 등 일부 진보단체들이 엉뚱한 일을 저질렀다. 아직도 차디찬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를 위해서 가족들이 조그마한 제단을 만들고 거기에는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진설해 놨다. 여기에 민노총 선전물이 나붙어야 할 이유도 없고 붙여서도 안 되는 곳이다.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 제단은 신성한 곳이다. 아직 사망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시일이 흘렀기 때문에 가족들은 슬픔을 넘어 하루 빨리 내 새끼들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만 가득 차 있다. 이들을 위로하는 길은 기왕 갔으면 함께 울어주는 것뿐이다. 말도 필요 없고 선전물은 더더구나 절대금물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소를 택하여 자신들의 정치선전물을 어엿하게 붙여 놓는 몰상식은 그들이 과연 진보정치를 할 수 있는 소양이라도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전교조는 명색이 교사들의 단체다. 자기들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지금 바다 한 가운데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그들이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시한 5분 42초짜리 ‘세월호 추모영상’은 엉뚱하게도 4.19혁명 때 마산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숨진 김주열과 6월 항쟁 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을 등장시켰다.

그들이 반독재의 선봉에서 싸우다가 희생당한 아픈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일이지 세월호 희생학생에 비유하는 것은 숭고한 혁명에 대한 모독이다.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들이 바다에 빠진 것과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사실 그리고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을 모두 ‘물’과 관련하여 억지로 뜯어 맞춘 이 영상은 한마디로 철저한 정치색깔을 표현한 저질성을 노출하고 있다.

전교조가 4.19혁명의 위대한 발자취를 조금이락도 인용하고 싶다면 침몰사건이 일어난 4월16일을 전후하여 전국 일제히 학생들에게 4.19혁명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주는 간단한 수업이라도 했어야 옳다. 이런 교육적인 면은 외면하고 능동적으로 독재에 항거한 김주열을 어른들의 잘못으로 침몰한 선박사고와 연계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의 희생과 국가재난을 자기들의 선전도구로 삼겠다는 얄팍한 꼼수가 아니고 뭐겠는가.

“박근혜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 “팔걸이의자에 앉아 왕사발 라면을 아가리에 처넣는 자가 교육부장관” “계란도 안 넣은 라면을 먹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자가 이 나라 대변인인 나라”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삼가야 할 초 저질성 막말을 뱉어내는 단체가 과연 교사들이 모인 대규모 단체란 말인가.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참으로 가엾다.

세월호를 둘러싼 유언비어 유포는 대부분 SNS를 통해서 많이 유포된다. 어린 학생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는데 전교조 교사들에게 배운 솜씨일까 어쩌면 이다지도 잔인하고 분별이 없을까. 종편TV를 통한 큰 거짓말꾼들은 당자는 물론 유명 앵커까지 사법처리 일보직전이다.

아무리 난리 속이라고 하더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이성을 잃지 않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불난데 부채질 하는 선동꾼들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세월호를 수습하는 지름길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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