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매각, '소비재'서 '산업재'로 그룹으로

▲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    
[중앙뉴스=신주영 기자]두산이 창립 118년 만에 그룹의 모태였던 소비재와 식품 분야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8일 치킨 패스트푸드업체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털(CVC)에 1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두산은 기업 체질개선 계획을 발표한 지 20여년 만에 소비재기업에서 산업재기업으로 완전 탈바꿈하게 됐다.

두산은 1995년 창업 100주년을 맞으며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중심의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한 뒤 비핵심계열사를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한국종합기계 등 굵직한 중공업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KFC가 두산 손을 떠남에 따라 두산그룹의 식품사업은 완전히 정리됐다.

한때 두산은 맥주(OB맥주)에서 소주(처음처럼) 양주(피어스) 와인(마주앙) 탄산음료(코카콜라) 김치(종가집) 햄버거(버거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식음료기업으로 꼽혔다.

현재는 건설기계와 원전, 담수화기계 등 인프라스트럭처비즈니스(ISB)업체로 자리매김했다.

KFC 매각이 의미하는 것은

KFC 매각은 두산그룹이 지난 18년간 끈질기게 추진해온 중공업 그룹으로의 변신 작업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1896년 설립된 박승직상점이다. 여성용 화장품 ‘박가분’으로 성공한데 이어 1952년 동양맥주(OB맥주)를 설립한 뒤 소비재·식품 분야에서 사세를 키웠다.

그룹명도 1978년까지는 'OB그룹'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맥주회사'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두산이 변신에 나선 것은 창업 100주년이던 1995년부터다. 과잉 설비투자와 출혈 경쟁으로 연간 1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룹이 위기에 몰리자 생존 차원에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2001년 당시 그룹을 이끌던 박용성 회장은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 두산그룹 식품 및 음료 사업부문 매각일지이다.    

◆중공업 회사로 변신

1997년 음료 사업부문을 미국 코크사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OB맥주, 전분당 사업, 종가집김치 등 그룹의 뼈대를 이루던 식품·소비재 관련 사업을 줄줄이 매각했다.

1996년부터 두산그룹이 판 주요 사업부만 15개다. 매각 시점에서 단순 합산한 매각 금액만 3조3500억원 정도다.

2001년부터 시장에 나온 매물을 꾸준히 사들였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미국 밥캣 등 대부분이 중공업 분야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었다.

두산은 KFC 매각자금을 당분간 내부 유보자금으로 두면서 용처를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