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부터 ‘세월호’ 놓고 ‘창’과 ‘방패’… 팽팽한 대립각


▲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8일 새로운 여야 원내대표가 됐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8일 새로운 여야 원내대표가 됐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强 대 强’으로 요약되는 인물이 새로운 원내 사령탑을 맡은 만큼 세월호 참사 대책, KBS 수신료 인상 등 현안 이슈와 관련한 대립이 예상된다.

가장 큰 현안인 세월호 참사 대책을 둘러싸고 이들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고 국회 차원의 종합대책을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다렸듯이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이 임기 첫날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 5월 국회 소집 문제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5월 국회 소집 놓고 신경전 벌여

먼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9일 “무엇보다 ‘세월호 국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즉시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사고 수습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월 비상국회를 개최하는 것은 국민의 요구”라며 “오늘이라도 당장 만나 5월 국회 개최를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확인됐기 때문에 5월 국회를 열어 특검 또는 국정조사 실시를 위해 논의하자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아직도 실종자 35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데 그분들을 놔두고 해경, 해군 등 관련자들의 조사를 위해 국회에 불러오면 사태수습이 되겠느냐”고 6월 국회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또한 “5월 29일 국회의장 상임의장단 임기가 끝나고 6월 19일에 상설특검법이 발의되는데, 특검을 하려면 본회의에서 의결해야한다”며 “오히려 야당이 빨리 원 구성에 협조해줘야 특검 등의 절차를 빨리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 등을 열기 위해선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의장단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본회의를 개회할 수 없기 때문에 원 구성에 먼저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국가 대개조’를 해야하는 마당에, 명칭이야 국조든 국감이든 특위나 청문회가 됐든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李 vs 朴, 성향감안… 갈등우려 커

한편 정치권에서는 ‘포스트 JP’로 불리며 충청권 맹주로 자리잡은 이 원내대표와 ‘교섭단체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상징을 지닌 박 원내대표의 평소 성향을 감안할 때 협력보다는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각종 법률안, 예산안 등을 놓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데다 이들 모두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주요 쟁점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에서 충청 출신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친박(친 박근혜) 핵심이 아닌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가 추대될 수 있었던 배경도 계파와 지역을 떠나 동료 의원들에게 친화력과 정치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뚝심의 결단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2009년 충남지사 시절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발해 지사 직을 사퇴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노 대통령의 지역 방문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신경전을 펼칠 정도로 소신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충청권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결단으로 인해 그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게 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다발성골수종(혈액암)이 발병, 출마를 포기했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로 병마를 극복하고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그의 뚝심이 드러난다.

방송 앵커 출신의 박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후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국회에선 금산분리법 등 재벌개혁에 앞장섰고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주도적으로 파헤치며 저격수 역할을 자임하는 등 대여 강경파의 이미지가 강하다.

18대 국회에선 검찰개혁과 보편적 복지 정책 마련에 앞장섰고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치인으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 1월 전당대회에서는 당내 첫 여성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며 주가를 높였다.  19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말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반대하고 검찰개혁법안을 관철하는 등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소신을 앞세우다 보니 법사위원장으로서 법안 처리와 관련해 월권을 행사한다는 여당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박 대표의 경우 본인의 성향에 대해 ‘원칙을 중요시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대 후반기 여야 관계, 녹록치 않아

이런 성향 탓에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원내대표에게 바통을 넘긴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임기 만료 직전에 “가뜩이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식물국회가 되는 일이 많은데…”라며, 박 의원이 야당 원내 사령탑을 맡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야당 측에서도 “이제 여당은 긴장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처럼 소신을 중시하는 여야 원내대표 선출로 여야 관계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양측은 당장 세월호 참사 수습과 관련,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소집 시기와 방식 등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전임 원내대표들이 매듭짓지 못한 6월 국정감사 실시는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여당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등의 정치 일정도 여야 관계를 대치 구도로 흐를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민생법안 처리 등에서는 대화가 원만할 수 있어 보인다. 이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야당보다 적극적인 세월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당정청 관계 설정”을 강조했다. 야당과 적극적인 대화를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박 원내대표가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온건파인 당 지도부와 강경파의 절충 역할도 맡겨진 만큼 소신만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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