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사건 톱으로 올리지 말라 한 적 있어”

▲ JTBC 보도화면 캡처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해 물의를 일으키고 사임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 김시곤 보도국장이 “길환영 KBS 사장이 끊임없이 보도 통제를 했다”며 사의를 밝히며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이후 현장 취재기자들이 ‘반성문’까지 올리며 심화됐던 내부갈등이 김 보도국장의 발언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습이다.

김 국장은 9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논란이 됐던 발언들을 해명한 뒤 “보도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KBS 사장은 언론 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도 중립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은 우리나라 민주정치가 5년 단임제를 기반으로 뿌리를 내렸듯이 단임제로 돼야한다. 사장 임기는 보장돼야 하며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위해 노조의 신임 투표를 철폐하고 보도본부장 임기 3년도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TBC <뉴스9>은 김 국장과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손석희 <뉴스9> 앵커는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당초 김시곤 국장의 전화 인터뷰를 녹음했지만 당사자가 반대해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고 말했다. <뉴스9>은 김시곤 국장의 요청으로, 녹음된 육성 내용이 아니라 그래픽 등으로 정리된 내용을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길환영 사장과 같은 언론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을 해선 안된다”며 “길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 등 권력층의 지시도 있었냐’는 질문에 김 국장은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며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KBS 사장 연임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국장은 부서 구성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고, 8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KBS를 방문해 김 보도국장의 해임을 요구하자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길 사장은 9일 청와대 인근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찾아와 사과했고, “김시곤 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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