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환율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외환시장 상황을 예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총재 등 당국자들은 연이어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오전 8개 시중 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환율 쏠림현상을 우려하면서도, 시장 기능이 작동하고 있으며 원화 강세가 내수회복에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총재 발언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처럼 인식돼 당일 상승세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하락 반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화 강세를 경계하는 수위가 조금 더 높아진 것이다.
환율과 관련한 이 총재의 언급은 시중 은행장들이 원화 가치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후 나왔다.

금융협의회 참석자들은 환율 이외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내수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앞으로 경기 움직임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4월 기업대출 증가 폭이 9조6천억원으로 크지만, 이 수치가 경기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부가세 납부 수요 등 특이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 결과를 전하며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이상기후로 주춤했지만 2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와 통화정책 또한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유로 지역은 자국 경제에 대해 성장률이 높은 것은 아니며 물가가 낮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그는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이 견조하지 않았는데도 내수가 좋아 1분기 성장률이 양호했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임금인상률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탄탄한 소비가 유지되고,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총재는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가 한 달 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때와 같이 유지되고 있다"며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제에 대한 각국 총재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아제이 칸왈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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