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에서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는 'DJ(김대중) 당'의 명맥을 잇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란 말이 통용됐지만 이번 6·4 지방선거 만큼은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의 사람'인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이에 반발한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선거 전망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이른바 '묻지마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지역 유권자로선 모처럼 선택적 참정권 행사가 가능해진 측면이 있으나, 당으로선 어떻게든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전략공천에 대한 실리와 명분을 챙겨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내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전략공천에 나선 안 대표에 대한 광주 시민의 '재신임'과 연결된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 구도는 지역의 특성상 야권에서 윤장현 후보와 무소속 강운태·이용섭·이병완 후보가 경합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이정재 후보가 가세한 모양새다.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늦어도 28일까지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만큼 성사 여부에 따라 실질적인 선거 구도는 3자 혹은 양자 대결이 될 전망이다.

현재 판세는 윤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윤, 강, 이 후보 3명의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무소속 단일화 후보와 양자 대결을 붙이면 윤 후보가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단일화 시기를 두고 강·이 후보가 이견을 보이는데다 양측 성향도 확연히 달라 최종 성사여부는 두고봐야 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단일화가 성사돼도 선출되지 못한 후보 측 지지자 상당수가 윤 후보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출신인 윤 후보는 중앙 정치권에서는 생소하지만, 지역에서는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안 대표의 독자 창당 추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광주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행정경험 부족이 큰 약점으로 꼽히지만 윤 후보 측은 "그동안 각종 시민단체를 이끌어오며 원만한 조직운영 경험이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단일화에 나선 강·이 후보는 전남 함평 학다리고 선후배 사이다.
민선시장 재선 도전에 나선 강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과 지역 내 조직력을 앞세워 3자 대결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 왔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한 차례 이 후보와 대결을 벌였는데 당시는 강 후보가 37.80%의 지지를 얻어 37.35%를 얻은 이 후보에 0.45%포인트라는 박빙의 차로 민주당 후보가 됐다.
그러나 시장 재임 중 '갬코 사기 사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등 크고 작은 비리가 터져 광주시가 다섯 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의원직까지 버리며 광주시장 선거에 나선 이 후보는 국세청장,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정통 관료출신이다. 국회에는 18대에 입성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민주당 5·4 전당대회 때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김한길 대표와 양자대결을 펼쳤다가 고배를 마셨다.

국정경험과 전문성, 세 번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정도로 도덕성까지 갖췄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함께 의정 활동을 한 광주 지역 의원들이 윤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이 부담이다.

또 다른 무소속 이병완 후보는 광주고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친노'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풀뿌리 하방정치'를 표방, 광주서구 기초의원으로 변신해 지역 정치권에도 뿌리를 갖고 있다.

이들 야권 후보들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새누리당 이정재 후보는 광주상고 출신으로 초·중·고교 교사를 거쳐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한 교육자로 2010년엔 광주 교육감선거에 도전한 바 있다. 현재 새누리당 광주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