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역대 선거에서 영호남은 격전지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라 공략이 쉽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경남 만큼은 이변이 잠복한 곳이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정치적 텃밭이었으나 지난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열린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처음으로 승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새누리당의 우위가 점쳐졌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면서 야권이 다시 한번 약진의 기회를 잡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와 주요 관심지로 부상했다.

새누리당은 홍준표(60) 지사가 재선에 도전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경수(47)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본부장이 대항마로 나섰다. 여기에 군소 정당에서 통합진보당 강병기(54) 전 경남 정무부지사도 뛰고 있다.

당 대표를 지낸 홍 지사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진영에 대한 저격수로 활약하고, 2007년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방어하는 등 '쌈닭' 이미지가 강하다.

2012년 보궐선거로 경남지사가 된 이후에는 도립 진주의료원이 강성 노조의 폐해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폐업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결과적으로 국회 국정조사를 가동케 하는 등 중앙 정치무대에 나름의 '존재감'을 재삼 과시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하고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검사 시절 자신이 맡았던 카지노 범죄 수사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되면서 '모래시계 검사'로도 불린다.

이번 경선에서 비록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뛰었지만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노골적 지원을 받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상대로 힘겨운 승부 끝에 신승한 것도 그동안 쌓아온 이러한 인지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굳이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을 숨기지 않는 홍 지사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권 가도에 더욱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경남 고성 출신인 김 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도 통하는 대표적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다. 진주에서 초·중·고를 나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참여정부에서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을 지내면서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를 전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와 현재까지도 지역 사회와 계속 교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세월호 참사 이외에 승부의 가장 큰 변수는 야권 후보의 단일화라는 게 지역 정가의 일관된 관측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것도 단일 후보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장관을 내세운 게 주효했다.

김경수 후보가 지난 10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강병기 후보는 김두관 경남지사 때 정무부지사를 한 분으로, 함께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와 더불어 공업 지역으로서 노조원이 많은 창원·거제 등을 중심으로 야권 후보가 얼마나 선전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한편 경남 진주 출신인 진보당 강 후보는 농민운동에 몸을 담은 후 2006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2010년 김두관 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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