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혹은 이름/ 김생수 시인



소녀가 문을 열고 깡총깡총 뛰며 달겨들 듯 외쳤습니다
외숙모!
외삼촌!
저녁밥을 먹는 두련식당,
세월은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데
이렇게도 그립고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다니요
엄마, 아빠, 오빠, 누나, 언니
잠자리, 메뚜기, 송사리, 물방개, 버들개
어디 아득한 멀리로 떠나지 않고
지상의 숲에 알을 슬며 새끼를 치는
야- 아! 하고 부르면
폴짝폴짝 뛰어오를 것만 같은 이름의 목숨들이
하나님 같기도 부처님 같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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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봄샘 해설 -

꽃잎들이 제 이름도 다 불리우지 못하고 분분 날린다.

올봄은 처연하다 못해 잔인 그 이상이었다.그러나 우리, 부를 수 있는 이름들이 있어서 다시 살 수 있는 것!

잃어버린 이름이 있다면 다시 돋아나는 이름들이 있다.일상에서 무심코 불러댔던 그 이름들의 소중함을 조용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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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수 시인계간<미네르바>등단시집<고요한 것이 아름답다>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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